수많은 북한산 등산길중 가장 북한산다운 코스는 숨은벽과 의상능선이라고 나는 꼽고 싶다.
해골바위에 이르러 상장능선과 그넘어 오봉능선, 도봉산 주봉들을 바라보고 정면으로는 장엄한
숨은벽과 인수봉, 백운대의 뒷면을 한눈에 넣고 걸을수 있는곳이 숨은벽 등산 코스다.
의상능선이 삼각산의 미끈한 암봉들을 한눈에 조망하고 아기자기한 비봉능선을 눈에
넣고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등산의 묘미가 있다면 숨은벽 코스는 장대한 암장위를 걸으며
북한산 영봉들의 氣를 받는 길이라고 할만하다.
나는 다리에 힘이 더빠지기 전에 즐겨다니는 북한산 코스들에 대한 산행 느낌을 적어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의상능선 산행기에 이어 이번에 숨은벽 코스에 대한 감상을 적어 보기로 했다.
2020년 10.3일 개천절에 늘 같이 다니는 고교 친구 A와 8.15분에 밤골 탐방 지원 센터를 출발 하였다.
해골바위-숨은벽-V 안부-위문-산성주능선-북한산장-산영루-북한산성입구로 하산하는 대략 5시간 코스다.
해골바위
밤골입구에서 해골바위까지는 대략 한시간 거리인데 마지막 15-20분간은 급경사 구간이다.
원래 급경사 바위길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는것이 이 코스의 매력인데, 바로 치고 올라가는
길은 금줄을 쳐 출입을 막아 놓았다. 북한산 곳곳에 급경사길은 출입을 금했거나, 계단, 난간,쇠줄등의
안전시설을 설치해 놓아서 등반하는 맛을 떨어트린다. 개개인의 체력에 맞게 어려운길
쉬운길을 선택하게 하지 않고 어려운 길은 무조건 출입을 금하거나 안전시설을 덕지덕지 붙여 놓아
산의 경관을 해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는 급경사길을 거침없이 올라 해골바위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주변을 조망하였다.
숨은벽 능선을 등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해골바위에서 휴식을 하며 장엄한 경관에 취한다.
나는 수없이 이길을 올랐지만 이날도 여늬때처럼 북쪽으로는 북한산 상장능선과, 도봉산의 오봉능선,
그넘어 신선대 자운봉을 바라보고, 정면으로는 장쾌한 숨은벽 능선과 거대한 암봉인 설교벽과 백운대가
풍기는 기운에 압도 당했다.
숨은벽
산밑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해골바위에 이르러서야 숨어있던 성벽처럼 생긴 거대한 화강암벽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여 숨은벽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리라.
친구와 나는 오늘 북한산의 북서쪽에서 숨은벽을 거쳐 백운대와 인수봉 사잇길인 움푹들어간 鞍部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 즉 백운대 인수봉을 서울에서 보는것과 반대 방향에서 뒷면을 바라보면서 올라가는 것인데
인수봉의 뒷면을 설교벽(雪郊壁)이라고 한다.한적한 교외의 눈덮인 벽이라고 어느 CLIMBER가 지은 멋진 이름이다.
해골바위에서 부터 숨은벽 능선을 걸으며 보는 거대한 암봉들의 웅장한 모습은 필설로 표현하기 불가능하다.
춘원 이광수가 금강산 비로봉에 올라 사무치는 감흥을 표현한 시조 한수가 있다(박창규의 북한산가는길 참고함)
"세상 사람들아 金剛을 묻지 말라
눈이 미처 다 못 보았는데 입이 어찌 말할것인가
이후로 묻는이 있거든 와서 보오 하리다."
숨은벽 능선의 장관이 어찌 금강이나 설악보다 못하랴.나는 표현할 재주가 없으니 직접 와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해골바위에서 내려와 숨은벽 대 슬라브로 가는 능선은 거대한 성벽처럼 우뚝 솟은 天崖 바위길이다.
오른쪽은 화강암 직벽으로 밑을 보기가 힘들정도로 깍아지른 낭떠러지지만 암장위는 보기에는 아찔하지만
어렵지 않게 걸을만한 길이다.
암장길 끝에 다다르면 왼쪽으로는 숨은벽 대 슬라브가 높이 솟아있고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설교벽과 백운대
사이에 난 鞍部로 치고 올라가는 계곡 너덜길이 나온다.
대 슬라브를 올려보니 남녀 한 COUPLE이 CLIMBING을 시작하고 있었다. 해골바위까지 같이 온 사람들인데 어느새
바위길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학생때 팔공산에서 ROCK CLIMBING을 배우던 때가 떠올랐다.
맛만 보다가 말았지만 북한산 암봉을 오르는 CLIMBER들을 보면 그때 산에 다니던 시절이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계곡 너덜길 급경사를 20-30분 치고 올라간후 마지막으로 계단길을 힘겹게 올라 鞍部로 들어 서니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골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을 절로 식혀 주었다 . 바로 밑으로 내려가 너럭바위에 앉아 쉬며
빵을 곁들여 커피한잔을 하며 쉬었다. 나는 항상 이 바위에 앉아 희고 웅장한 백운대와 인수봉의
미끈한 암벽을 바라보면서 쉰다. 내가 이만큼이라도 건강을 유지하며 무탈하게 사는것이 이 두 암봉의 웅혼한
기운을 받은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밤골입구에서 백운대밑 위문(衛門, 백운봉 암문)까지 약 4km,
쉬는 시간 30분을 포함해서 약 2시간 15분이 걸렸다.
백운대와 인수봉
위문에서 백운대는 지척이지만 정상을 오를려고 하는 사람들로 늘 붐비고 쇠줄을 잡고 바위길을 올라야 하는
등산로는 交行이 어려워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나 처럼 북한산에 자주 오는 사람들은 백운대로 올라 가지 않고
대부분 위문에서 하산한다.
내 경우 2-3년에 한번쯤 날씨가 좋을때 백운대를 올라가 보곤 하는데,시계가 아주 좋을 경우 멀리 강화도와 김포를
가르는 염하(鹽河)가 실개천처럼 보인다.백운대와 인수봉사이의 鞍部로 올라가는 계단의 난간을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백운대 등산로 중간으로 연결되는 소위 호랑이 굴이라는 바위굴이 있다. 배낭을 벗어 밀면서 가거나 앞가슴에
매고 비스듬히 누운자세로 등을 바위에 밀착하며 올라야 할 정도로 굴이 좁고 험했다는 기억이 난다.
다만 길게 늘어선 인파를 가로질러 시간을 단축할수 있어서 50대 중반까지는 가끔 호랑이굴을 통과 하곤 했다.
이제는 그것도 추억의 한자락이 되었다.
백운대와 인수봉은 모두 화강암돔(Granite dom)형태의 지형이다. 백운대는 정상부위가 너른 바위로 되어있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이며, 인수봉은 포탄이나 팽이를 세워놓은듯한 모양이다.
삼각산이라는 이름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암봉이 세개의 뿔 모양으로 보인다는 유래했다.
의상능선의 나월봉이나 문수봉등에서 보면 새봉우리의 모양이 한눈에 들어 오는데 옛사람들이 왜 삼각산이라고
명명했는지 단박에 알수있다
인수봉은 우리나라 암벽등반의 메카로서 언제 가보더라도 바위를 오르는 CLIMBER들을 볼수 있다.
사실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처럼 WALKING하는 사람들을 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어느
등반가는 오만하게 한국 등산인은 인수봉을 오른 사람들과 오르지 못한 사람들로 나뉘어 진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전문산악인들에게는 인수봉이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인수봉을 엄마가 아기를 업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부아악(負兒岳)이라는 옛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 글들이
많이 있다. 봉우리의 모양이 그런면이 있는지는 잘모르겠지만 , 북한산이 삼국시대에는 부아악이라고 했다고
한것으로 보아서 인수봉을 부아악이라고 했다기 보다 북한산을 부아악이라고 했다는 편이 설득력있다.의상능선에서
보면 백운대가 어머니로서 아이인 인수봉을 업고 있는 형상으로 보인다.
위문- 노적봉
위문에서 북한산성 입구로 하산하는 길은 약수암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가장 짧으나 급경사 돌계단길로
무릎도 아프거니와 조망이 별로라서 나는 주로 노적봉-용암문-북한산장에서 중흥사지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한다.위문에서 용암문으로 가는 산성 주능선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며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장엄함에 압도되곤 하는데, 봉우리 바로 밑에서 보다 조금 떨어진 이 지점에서 삼각산 암봉들의
全景을 더 잘볼수 있다. 이날도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는 이 압도적인 봉우리들을 뒤돌아 보며 사진에
담아 두었다.
노적봉-중흥사지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생활은 나의 북한산 등산에도 영향을 심하게 미친다. 코로나 이후 나는 사람들이
덜 붐비는 험한 코스인 의상능선과 숨은벽 능선을 위주로 아침 8시 이전에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하산코스를 노적봉에서 용암문을 거쳐 북한산장에서 중흥사지쪽으로 내려가기로 했었으나
당초 계획을 변경하여 노적봉에서 노적사옆으로 해서 중흥사지로 내려가는 출입금지 코스를 택하였다.
명분은 비대면이었고 실제로 노적봉에서 중흥사지까지 가는데 단 두사람을 만났을 정도로 한적하기 이를데
없는 길이었다.
자주 같이 다니는 공무원출신 친구 C가 없어서 비탐방로로 가로지르는것이 가능했다. 친구 A와 나는 바른생활
사나이인 그친구가 같이 왔으면 비정규 탐방로는 꿈도 못꾸었을 일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
산영루-북한산성입구
산성계곡길의 중간지점인 중흥사지, 산영루로 내려 오면 길은 지극히 평탄하다. 나는 산영루를 지날때면 옛날
양반들처럼 누마루에서 술한잔하고 낮잠을 자보았으면 하는 소망을 꿈꾸곤 한다. 산영루 부근의 수많은
頌德碑들을 보면서 저들이 그토록 애민하고 선정을 베풀었으면 나라가 그꼴이었을까?하는
생각에 씁슬해 했다. 이 송덕비들은 대개 조선조에서 삼정이 가장 문란해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던 안동김씨
세도정치기때 세워진 것들이다.
산성계곡을 내려가는 등산로는 극히 평탄하다. 요즘은 갈수기라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하산하는 즐거움은
없지만 곳곳에 핀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등 가을꽃들을 보면서 걷는 재미도 쏠쏠했다.
밤골입구를 0815에 떠나 산성입구 초원식당에 도착하니 15시15분이었다
밤골입구-해골바위-숨은벽능선-안부-위문-노적봉-산영루-산성입구 : 휴식 시간 1시간 포함 총 5시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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