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국내여행

남덕유산 눈길을 걷다(2021년1월19일)

낙산유정 2021. 1. 20. 16:07

겨울산행의 묘미는 칼 바람속에서 설경과 눈꽃, 상고대를 감상하면서 장쾌하게 달려가는 백색의 山群을

내려다 보는것이다. 금년 겨울에는 1월16일 북한산 의상능선의 상고대를 본것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설산을 보지 못했다. 

나는 2013년 2월 17일  영각사를 새벽에 출발하여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재-무령산-동엽령-향적봉-백련사-무주 구천동에 이르는 24km의 덕유산 당일 종주를 했던적이 있다. 이것이 소위 영구(영각사-구천동)종주다. 이보다 힘든 코스가

육구 종주(육십령-구천동)인데 보통 사람은 삿갓재에서 일박을 하고 대단한 건각들은 당일 종주를 하기도 한다. 

육십령-남덕유산 코스를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서 고교 친구인 심용창 조영봉 정성한에게 남덕유 산행 제안을

하니 모두가 흔쾌히 받아 들였다

덕유산은 상고대와 설경이 좋기로 손꼽히는 산이다. 산꾼들 사이에서는 남덕유산의 설경을 정상부인 향적봉과 곤돌라가

있는 설천봉 보다 훨씬 더친다.

[영각사-남덕유산]

우리는 2021년 1월18일 월요일 남덕유산 아래 한옥펜션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0730부터 산행을 시작 하였다.

4명 모두 동계 덕유산 종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 옛 추억을 더듬어 남덕유산을  거쳐 서봉-할미봉-육십령 구간

총 12km를 7시간 30분 계획을 잡았다.

약 0700경 영각사에 도착하니 전날 내린 눈이 쌓여 어디가 주차장인지 구분이 없고 등산로를 찾아서 헤매다가

0730에 영각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였다.

덕유산(德裕)은 이름 그대로 덕이 넉넉한 산이라고 할만큼 부드러운 흙산이고 대체로 산세가 유순하지만

남덕유산 정상-서봉-할미봉으로 이어지는 남덕유산 일원은 암릉의 骨氣가 날카롭게 풍기는 험준한 산세다.

남덕유산 정상에 가기전 약 1300-1400m 높이의 험준한 두개의 봉우리(영각재 1290,1440봉)를 통과해야 하는데

하늘에서 내려온것 처럼 높이 걸린 철계단을 힘겹게 올라야 했다. 우리 앞에 오른 사람들이 없어서 눈길을 헤치며

힘겹게 앞으로 나가다 보니 산행이 생각보다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온이 영하라서 눈이 Chain Eizen밑에 뭉치는

불편함이 남덕유에 이를때까지는 없었다. 발목까지 눈에 빠지는것은 기본이고 바람에 눈이 실려와 켜켜이 쌓인

곳에서는 허벅지나 허리높이의 눈을 헤치며 걸었는데 120cm 길이의 스틱도 완전히 눈에 빠질 정도였다.

눈길을 헤치며 날카로운 봉우리들을 거쳐서 남덕유 정상에 올라 흰눈을 뒤집어쓴 만학천봉을 내 발아래에 두니

오호라 이장쾌한 기분을 어디에 비길까?. 셀수없이 많은 백마들이 줄을 이어 달려 나간다고 할까?눈가는데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능선과 봉우리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오직 감탄할뿐 표현할 말을 잊었다.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거창의 황석산, 덕유산 향적봉을 조망했지만 끝없이 이어 달리는 山群속에서 어느 봉우리가 어느 봉우리인지

정확히 구분하는것은 불가능하여 짐작만 했을 뿐이었다.

영각사에서 부터 남덕유산 정상까지 3.6km를 2시간40분 걸렸다.

서봉, 할미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가야 하지만 UP/DOWN이 심한 8.8km나 되는 험한 눈길이어서 하산길은 또다른

등산의 시작일 뿐이었다.

 

산행코스 : 영각매표소--남덕유산 3.6km--서봉 1.5km-- 육십령 7.3km 총 12.4km. 실제 걷는 거리는 족히 15km는 된다
영각사를 출발해서 눈길을 오르는 친구들
(위)영각재로 가는 나무계단을 오르는 친구들
남덕유 정상 가기전 두번째 봉우리인 1440봉.계단길이 가파르다.
능선에서 본 설경. 산맥은 끝간데 없이 겹겹이 이어진다
능선에서 본 남덕유산 정상. 

 

[남덕유산-서봉]

남덕유 정상에서 서봉까지는 1.5km 한시간 거리다. 날씨는 청명해 시계는 일망무제로 끝이 없고 줄을 이어 달리는

산맥은 천군만마가 행진하는 듯 했다.서봉은 장수 덕유산이라고도 한다. 남덕유-서봉 구간은 백두대간 10.11구간인

덕유산 코스중 천하 제일의 조망처라는데 과연 그러했다. 켜켜이 쌓인 눈길을 헤치고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 가는데

체인 아이젠은 제동이 안돼서 거의 무용지물 이었다. 가파른 능선길은 눈이 거의 허벅지 높이까지 쌓여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를 추월해간 등산객 3명이 있어서 길찾는 수고는 덜었다. 

등산로 주변 키작은 나무에 눈꽃이 피었는데 마치 목화송이 처럼 보였다.겨울산행의 압권은 눈과 습기가 나무가지에

얼어붙어 있는 상고대 숲을 지나는 것이지만 날씨가 조화를 부리지 않아서 아쉽게도  상고대는 볼수가 없었다.

(남덕유 정상-서봉 점심식사 30분 포함 1시간 30분 소요. 1150분 서봉 도착)

(위사진들) 남덕유에서 서봉가는길
(위 사진들) 서봉정상부

[서봉-상자봉-할미봉-육십령]

우리를 앞질러간 등산객 3명은 모두 상자봉(913봉)에서 덕유산 교육원쪽으로 하산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931봉과 할미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가는 사람들은 우리뿐이라 눈덮힌 등산로를 잘 찾을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서봉에서 상자봉까지는 로프구간이 중간중간에 있는등 제법 까칠한 구간이다.

오후에 기온이 올라 눈은 잔뜩 습기를 머금고 있어 아이젠 밑으로 뭉친눈이 심하게 달라붙어 걸음을 힘들게

했다. 등산화 바닥으로 나무 밑둥을 차서 자주 눈을 털어내지 않으면 걷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는

12발 강철 아이젠을 차고 산행을 해야 하는데 기온이 낮아 눈이 달라 붙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차에 두고

온것이 못내 아쉬웠다.

내리막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등 산행은 생각보다 늦어지는데, 덕유산 교육원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이르러 하산할건지 육십령으로 계속 진행할건지 의견이 분분했다. 우리 나이에 이길은 다시 못오니 육십령으로

가자는 내주장에 두친구는 동의해서 계속 육십령으로 진행을 하고  한 친구는 덕유산 교육원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서봉에서 만난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육십령-서봉을 걸은 한팀을 만났는데 6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931봉을 거쳐 할미봉에 이르는 길 또한 눈이 깊어 때로는 등산로를 벗어나서 길을 개척하며 걸어야 했다.

할미봉은 이름과는 달리 로프 구간이 연속될 정도로 험하다.

할미봉 정상을 힘겹게 올라 일망무제로 탁트인 설경을 보며 호연지기에 취해 있자니 힘든 산행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중간에 덕유산 교육원으로 하산한 친구가 현명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육십령 가는길은 더디고 힘들었다

러셀을 하면서 길을 개척하기도 하면서 육십령에 이르니 17시였다. 서봉을 떠나서 5시간이나 걸렸다.

영각사를 0730에 출발 했으니 총 9시간 30분이나 걸렸고 계획보다 2시간 정도가 추가로 소요된 힘든 산행이었다.

나이가 들어 걸음이 더디고 어제(월요일) 온 눈에 등산로가 덮여서 눈길을 헤치며 걸었던것이 계획보다 지체된

요인이었다

함께한 오랜 친구 조영봉, 심용창, 정성한에게 같이해서 감사하고 즐거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위) 능선에 피어있는 설화. 마치 목화송이 같다
(위) 서봉에서 상자봉가는 능선길
(위) 할미봉 오르는 길
(위) 할미봉
(위) 할미봉에서 본 압도적인 전경.
(위) 육십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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