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한번 정도는 산으로 간다. 주로 북한산 의상능선을 가는데
때로는 숨은벽 코스를 택하거나, 향로봉을 올라 비봉능선을 타기도 한다.
2020년 9월 첫 주에는 주말대신 금요일인 9.4일 의상능선을 올랐다.평일에 산에 간 것은 실로 오랜만인데
굳이 주말대신 금요일에 간 것은 태풍으로 인해 거센 비바람이 며칠 몰아친 직후 맑게 개인 북한산의
산색을 보기 위함이었다.
이코스를 자주 찾는 것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을 헐떡이며 의상봉 급경사를 오를 때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북한산에서 장비가 필요한 암릉코스를 제외하면 등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코스는 의상봉 뿐이라고 할 정도로 쇠줄을 잡고 암벽을 올라가야 할 데가 여러 군데 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의상봉 낙타바위 앞에서 물 한잔을 마시고 용출봉에 올라 커피 한잔을 마시며 백운대
일원을 조망하는 여유를 부렸다. 이날은 산색이 유난히 맑고 깨끗했다. 비 갠 초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뭉개 구름은 푸른 초원의 양 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하늘을 떠 다녔다. 나는 파블로 네루다의 명구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성함에 대하여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에 깊이 공감하며 능선을 걸었다.
용혈 증취봉을 거쳐 나월봉에 올라 비봉능선과 북한산 주능선을 동시에 조망하며 비 갠 뒤의 맑은
산색을 내내 눈에 넣고 걷는 호사를 누렸다. 청수동 암문에서 뒤로 돌아 상원봉 행궁지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나는 항상 상원봉의 남장대지 부근의 나만의 쉼터에서 삼각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마신다. 이지점에서는
옛사람들이 왜 북한산을 삼각산이라고 했을까라는 답을 절로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암봉이 가장 선명히 보인다.
행궁지는 아직도 복원 중이다. 언제 복원될지 모르겠지만 건물이 완성되면 등산객들이 대청마루에 앉아
차 한잔 사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으로 운영하면 좋겠다.사람이 사용해야 살아 있는 건물이 되는 만큼
아무리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출입금지시켜 보존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비가 며칠 동안 쏟아져 내린 직후라 산성 계곡은 물이 넘칠 정도로 풍부했다.하산길 내내 우렁차게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을 바라보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호사에 산행의 피곤함을 느낄 겨를 조차 없었다.
(위) 의상능선의 봉우리들
(위)715봉(상원봉) 올라가는 쇠줄 달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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