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로 인해 10월17일 예정했던 계성 63산우회의 선재길 탐방을 11월7일에야 하게 되었다.
대형버스를 전세내어 친구14명과 부인7명 총 21명이 참가했다. 선재길은 상원사에서 시작해서 월정사 일주문까지
약 9.5km 거리의 아름다운 계곡과 숲을 걷는 길이다.
선재길은 불교의 선재동자(善財童子)에서 따온 이름이다. 선재동자는 문수 보살의 안내를 받아 진리를 구하고자 53명의
선지식을 찾아 구법여행을 하였으나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십대원(十大願)을 들은뒤 극락정토에 왕생하여
입법계의 큰뜻을 이루었다고 한다. 나같이 공부가 부족한 사람은 부처님의 공덕을 완전히 실천하는 10대원이 무엇인지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 선재동자가 구법 여행을 하였으니 이길은 법 즉 진리를 찾아 걷는 길이라는
뜻일 것이다.
오대산
나는 2013년 삼일절에 상원사에서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 비로봉, 상왕봉 북대미륵암을 거쳐 상원사로 돌아오는
등산을 했었다. 눈이 무릎까지 빠져드는 힘든 산행이었지만 상고대가 만발한 아름다운 설경은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조선후기의 명신 김창흡은 오대산의 네가지 勝景으로 유덕한 군자와 같이 가볍거나 뾰족한 태도가 전혀 없는점이
제일이고 빽빽한 잣나무숲과 아름다리 나무가 우거져 속된자들이 거의 오지 않는점이 두번째라고 했다.
김창흡의 평대로 오대산의 봉우리들은 대체로 평평하여 걷기 좋은 흙산이고 ,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내소사 진입로 숲길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아름다운 길이다
산이름은 신라의 고승 지장율사가 수도한 중국 오대산에서 유래 했는데, 산전체가 불교의 성지라고 할수 있다.
지장은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 진신을 현몽하고 돌아와 643년경 우리 오대산에서 문수 보살을 친견하려 하였으나
3일동안 날이 어둡고 흐려서 보지 못하다가 나중에 원녕사에서 친견했다는 전설이 있다.이와 같이 오대산은
문수보살이 사는 성지이기 때문에 조선 세조가 문수보살을 봤다는 전설이 있는등 문수보살과 연관된 전설이 많은
곳이다.
지장율사가 중국 오대산과 닮은 다섯 봉우리가 있는 오대산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절을 지은 자리가
적멸보궁이고 적멸보궁의 수호 사찰이 중대 사자암이라고 한다.
오대산의 오대는 높이가 비슷한 다섯 봉우리라고는 하는데 상원봉을 제외하고는 어느 봉우리를 뜻하는지는 설이
분분하다. 오히려 5대는 다섯 암자가 있는 북대 미륵암, 중대 사자암, 서대 염불암, 동대 관음암, 남대 지장암이
있는 터를 일컫는 것일 수도 있다
상원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적멸보궁까지는 왕복 2.6km로 약 1시간 10-20분 거리라서
산행조를 A.B로 나누어 A조는 적별보궁까지 가보자고 친구들에게 제안해 보았지만 아무도 원하는 이가 없어
우리는 모두 상원사에서 부터 내려가는길을 택하였다.
중대 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까지 가는길도 아름답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성지인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내려다보는 일망무제로 탁 트인 경치는 등산의 고단함을 보상하고도 남았던 기억이 선명했다. 적별보궁을 못보는
아쉬움을 달래며 상원사로 들어섰다.
상원사
선재길은 해발 700m인 월정사에서 부터 시작해서 900m 고도의 상원사로 올라갈수도 있지만 우리는 회원들의
체력을 고려하여 상원사에서 부터 내려오기로 했다.
월정사 매표소에서 버스로 상원사로 올라가는데 입장료가 인당 5000원으로 상당히 비싸다. 아마도 월정사
상원사 두곳을 관람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선재길을 걸으려면 입장료가 비싸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배짱 장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찰 입장료는 문화재 관람료인데 석탑등을 제외하고는 옮길수 있는
문화재는 모조리 월정사 성보 박물관에 옮겨 놓고, 박물관은 또 따로 입장료를 받는 것에는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사찰 관람료와 선재길 입장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상원사에 이르니 대략 10시30분이었다.
상원사는 월정사의 말사인데 문수성지답게 상원사의 주건물은 대웅전이 아니라 문수전이다.
청풍루 기와실앞 천정에 조정되어 있다는 문수보살36화현도(文殊菩薩三十六化現圖)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고는
종무소인 少林草堂, 白蓮堂의 편액글씨를 흘끗 감상하고는 국보 36호인 상원사 동종를 보러갔다.
종각의 이름은 동정각(動靜閣)으로 현판글씨는 20세기 중반의 학승 탄허스님이 썼다. 탄허는 스승인 방한암과
더불어 월정산문이 낳은 고승인데 월정사 상원사 전각의 편액은 탄허스님이 쓴것이 많다.
상원사 동종은 신라때(725년) 만들어 조선시대 초기에는 안동 대도호부에 걸려 있다가 세조의 명으로
예종때(1469년) 상원사로 옮겨졌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불교를 배척하던 유생들에게 의해 파괴가 되는것을
막기위한 조처였다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타 종교 성물들을 훼철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았나 보다. 문화재로 지정된 우리 절의 옛 범종들은 크기 보다는 종에 새겨진 문양이나 비례가 아름다워 예술적
가치가 높다. 상원사 종도 크지는 않지만 종에 새겨진 날아 갈듯한 비천상은 문양이 아름답고 종의
비례도 훌륭하다. 몇해전 중국 소주의 한산사의 거대한 종을 본일이 있는데 3층건물인 종루에 꽉차게 들어서 있는
거대한 종은 한눈에 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것 외에는 예술적인 아름다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거인과도 같았다.
상원사에는 세조에 얽힌 일화가 많은데 대표적인것이 문수보살과 얽힌 전설이다.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상원사에 들러 계곡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등을 긁어주는 동자에게 "어디가서 임금을
보았다고 하지말라고 하자, 동자는 세조에게 어디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는 전설이 있고
당시 세조가 목욕하기 위해 옷을 걸어 두었다던 관대(冠帶)걸이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엔 지나쳐 버렸다.
아무튼 세조가 다녀간것은 기록에 있고 , 세조가 입었던 고름 묻은 명주적삼이 상원사 복장 유물로 나온것으로 보아
세조와 문수보살의 이야기는 사실에 기반한 전설이라고 볼수 있다.대개 이같은 전설은 사찰의 권위를 높이거나
포교의 목적으로 절에서 만들어 유포시킨것이 아닌가?하는 짐작도 해 보았다
상원사의 문화재인 상원사중창권선문(上院寺重創勸善文), 문수동자상과 세조의 명주적삼등 복장 유물들은
아마도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있을것인데 다음 기회에 볼것을 기약해 보았다.
오늘은 선재길 탐방이 목적이라 시간관계상 사찰 관람은 주마간산격이 될수 밖에 없었다
11시 10분경 마지막으로 혼자 한암 탄허 만화 삼화상 탑비를 보고난후 버스를 타고 상운사를 떠나 선재길로
내려갔다. 원래 상원사에서 부터 선재길이 시작되지만 상원사-동피골 3.6km 구간은 탐방로가 통제되어서
이 구간은 버스로 이동하고 11시30분경 오대산장 부근의 어느다리에서 선재길로 들어섰다.
선재길
선재길은 오대천 계곡의 물길을 따라 숲을 걷는 길이다.마음속의 火氣는 물로 다스려야 한다. 물길을 따라 걸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번뇌가 잦아든다. 계곡의 물소리는 세파에 지친 심신을 치유해 준다. 물길을 따라난
숲길을 걸으며 생각을 맑게 할수 있는길이 바로 선재길이다. 상원사에서 시작하여 월정사 전나무 숲길까지
걷는 길인데 급경사가 없이 길은 지극히 평탄하다. 오대산의 유순한 지세 때문에 선재길은 길이가 9km가
넘는데도 상하단의 고도차가 200m에 불과하여 계곡물은 완만히 흘러 물길따라 걷는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했다.
우리는 상원사에서 부터 통제 구간 3.6km는 버스로 이동해서 오대산장 부근에서 선재길로 접어 들었다.
화전민터를 지나고 옛날의 섶다리도 보고 뗏목이 머물렀던 곳도 지나며 사진도 찍으며 걷다 보니 어느듯
월정사에 이르렀다. 우리들은 너른 계곡 바위에 겉터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떡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였다.
떡과 막걸리를 준비해 준 조영봉 대장 덕분에 트레킹은 더욱 풍성해 졌다.산행때 마다 막걸리를 지고 오고
떡을 적선한 공덕이 이미 많이 쌓였으니 크게 발복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믿는다.
계곡길을 걸어 내려 가다가 뒤돌아서 상원사 방향을 보니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숲속의 계곡은 하늘에 닿아 있었다.
선재동자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곳곳에서 선지식들을 만나 가르침을 청하지 않았을까? 적멸보궁 넘어
깊은 산속에서 문수보살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단풍철이 지나서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길을
낙엽이 구르는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호젓이 걸을수 있었다.
2시경에 월정사 적광전에 다다랐으니 오대산장부근에서 월정사까지 쉬는 시간 포함해서 2시간반을 걸었다.
월정사
월정사는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큰절이만 6.25때 전각이 모두 불타 지금 있는 건물들은 근래에 중창 불사를일으켜 새로 지은 것들이다. 이중 대웅전에 해당하는 적광전은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이 시주한 건물인데 월정사는 한진家의
원찰(願刹)이기도 하다. 내가 대한항공에 다닐때 월정사의 승려들이 와서 무사고 운항을 기원하는 음력10월 상달고사를
주재하곤 했었는데 나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월정사의 문화재는 대부분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에 9층 석탑을 제외하고는 문화재 볼일은 없지만
전각들을 둘러 볼때는 탄허 스님의 자취를 느끼고자 편액 글씨들을 유심히 보았다.
내가 글씨를 보는 안목은 없지만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 용금루(溶金樓)적광전(寂光殿), 보화각(寶花閣)등 탄허가
남긴 편액 글씨들은 필체가 웅혼하고 어디 막힘이 없이 운필이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탄허는 그의 스승 방한암과 함께 월정사에 주석한 20세기의 대표적 학승인데 예언가로도 유명하다. 한반도가
세계의 중심이 되고 만주가 우리땅으로 돌아올 것이며, 통일도 머잖았다는 그의 예언이 실현되길 기원해 보았다.
동행한 세달 친구가, "탄허는 한학이 높아 경전해석에는 최고인 학승이었는데 전통 선불교에선 늦게 출가한 사유로
크게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절집도 인간세상이라 배타성이 왜 없겠는가.
월정사에서 볼거리는 국보인 팔각9층석탑인데 높이 15m로서 상당히 높다. 키가 훤칠하고 몸매가 균형잡힌
미남자같은 인상이다. 탑은 위로 올라 갈수록 같은 비례로 폭이 조금씩 줄어 들어 높이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안정감이 돋보인다. 9층석탑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는 형태의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아쉽게도 모조품이고
진품은 성보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산에 가보면 절은 모두 명당에 앉아있다. 특히 월정사는 명산인 오대산에 자리 잡고 넉넉한 물길의 오대천이
휘돌아 나가는 형세라 풍수에 문외한인 내눈에도 천하 명당 자리로 보인다.게다가 아름드리 전나무 숲이
호위 무사처럼 굳건히 서서 절을 보위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수가 있을까?
月精寺의 월정이 무슨뜻일까? 精은 아름답다는 의미가 있으니 달이 아름다운 절이라는 뜻인가?
그래서인지 월정사 홈피에는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문수성지 오대산 월정사"라고 되어있다.
교교한 달빛이 비치는 월정사를 상상해 보았다. 달은 물속에도 , 오대산 위에도 있고 선재길도 비출것이다.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에 그려진 장면처럼, 선재동자는 휘영청 떠오른 달아래 월정사옆 호소(湖沼)에서
관음보살님을 친견하지 않았을까?
나는 달빛이 쏟아지는 산길을 걷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지리산 벽소령의 푸른달과 설악과 소백,덕유산의 능선과
계곡길을 달빛을 이고 걷던 여운을 ,월광이 가득한 선재길을 걸으며 다시 느끼고 싶다.
이런 저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절구경을 하다가 어느듯 일주문에 다다라 단체 사진을 찍었다.
절은 원래 일주문을 지나서 천왕문 금강문등을 통과하며 위로 올라가며 보아야 하지만 우리는 어쩔수 없이
밑으로 걸으며 절구경을 했다.
트레킹의 마지막이라 발걸음이 무거울 법도 했지만 일주문 밖까지 이어진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과 넓은 오대천의
편안한 물길은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적광전에 2시에 도착해서 2시 30분경 일주문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으니 그 넓은 절을 30분만에 스쳐 지나간 셈이다.
월정사 답사를 끝으로 선재길 트레킹을 마치고 횡성 방향으로 30분 정도 이동해서 흔들바위라는 식당에서 뒤풀이를
했다. 훌륭한 맛집을 알아봐준 원대친구에게 감사를 표한다.10시30분 상원사에서 부터 시작해서 오후 2시 30분에
월정사에서 트레킹을 마쳤으니, 약 8km길을 절구경도 하고 쉬며 걸으며 4시간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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