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국내여행

오대산에서 교훈을 얻다.(2021.1.31)

낙산유정 2021. 2. 3. 16:41

2013년 3.1절에 오대산을 올랐을때 보았던 흰눈을 뒤집어쓴 봉우리들과 능선의 나뭇가지에 만발한 은빛 상고대를

잊지 못해 친구들과 오대산을 다시 찾았다.문수보살의  성지 답게 오대산은 품이 넉넉하고 산세가 평탄한데

, 특히 상원사-비로봉-상왕봉-상원사로 원점회귀하는 12km 코스는 험한 구간이 없어 우리같은 초로의 산객들에게

아주 적당한 코스라 이길을 선택했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오대산과 계방산을 관할하고 있는데 두산 모두 눈이 많은 평창,강릉에 걸쳐 있어 겨울 산행지로

인기가 있다. 오랜 친구 박종윤 심용창 조영봉과 동행했다

상원사-중대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

상원사 주차장에 0850에 도착하여 아침으로 떡을 먹고 0920경 바로 등산을 시작하였다.지난해 11월 선재길

탐방시 지나쳤던 문수전의 목조문수보살좌상,목조문수동자좌상등 문화재는 하산하고 난뒤

둘러 보기로 했다.현재 이들 문화재가 여전히 상원사에 있는지, 월정사밖 성보박물관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일정상 박물관에 들릴 시간은 없으니 2020년 11월에 지나쳤던 부분을 좀더 자세히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월정, 상원사의 입장료는 인당 5000원으로 상당히 비싸다. 두절의 입장료를 합친 개념이라고는 하나 상원사는

월정사의 말사이니 두 절을 합쳐서 3000원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대사자암을 거쳐 적멸보궁으로 가는길은 잘 정비된 돌 계단길로서 노약자도 쉽게 오를수 있을 정도이다.

적멸보궁에 참배하는 불자들을 위한 배려이겠으나 , 등산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돈을 들여 호젓한 산길을 버려

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공적인 길이다.

중대사자암은 적멸보궁을 관리하는 수호암자라고 한다. 불교적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가파른 비탈을 깍아

연이어 지어진  5채의 절집 지붕들의 곡선및 날아갈듯한 추녀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름다움이라 할 정도로

빼어나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인데 신라 선덕여왕때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진신사리를

가져와서 모셨다고 하며, 진신사리가 있는만큼 부처님이 항상 이곳에 계신다고 볼수 있다. 적멸이란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소멸되어 고요해진 열반의 상태라고 한다. 적멸보궁은  비로봉을 위시하여 상왕봉등 오대산의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았는  아늑하고 편한곳에  자리잡아 법당앞 넒은 마당에 서면 온갖 번뇌가

모두 사라지는듯 하다. 풍수에 문외한인 나도 이곳이 부처님 진신을 모실만한 명당임을 저절로 느낄수 있었다.

우리들은 중대사자암과 적멸보궁에서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했다.

적멸보궁에서 비로봉은 약 1.5km 한시간 거리다. 호젓한 등산로는 사실상 적멸보궁에서 부터 시작된다.

눈이 녹지 않고 무릎높이 이상으로 쌓여 있으나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탓에 잘 다져져서 걷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등산로 바로 옆에 어떤 꼬마가 틀로 찍어 만들어 놓은 눈오리가 너무도 앙증맞고 귀여워

오가는 등산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11.20분경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 했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2시간 남짓 산을 오른셈이다. 겨울산의 묘미는

정상에 서서 일망무제로 펼쳐진 連峰들을 조망하고 나뭇가지에 안개나 물기가 서리처럼 얼어 붙은 은빛

상고대를 감상하는 것이다. 그림처럼 사방에 펼쳐진 백두대간 연봉들이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아쉽게도

상고대는 볼수가 없었다.적당한 바람과 기온, 습도가 어우러 져야 작동하는 자연의 요술방망이는 한주전

남덕유산에 이어서 이번에도 제대로 조화를 부리지 못해 상고대는 없었다. 금년에는 북한산에서 멋들어진

상고대를 한차례 감상한것 와에는 겨우내 상고대를 보지 못한것은 아무래도 나의 積德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대사자암.추녀끝이 날아갈듯하고 지붕의 곡선미가 아름답다.우리의 미적 감각이 중국인들과는 다른지 나는 중국의 목조 건물들을 보고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

 

급한 비탈길을 깍은 자리에 다섯채의 건물이 앉아 있는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 가는길. 불자들을 위해 길을 잘 닦아 놓았지만 호젓한 산길이 없어진 아쉬움이 남는다
월정사 적멸보궁. 
적멸보궁에서 비로봉 가는 눈길
어떤 꼬마가 틀로 찍어서 만든 눈오리
(위 두사진) 비로봉에서 바라본 일망무제의 연봉들

비로봉-상왕봉-하산길

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길은 순탄한 능선길이지만 내리막에서는 제동이 쉽지 않은 구간이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이길은 고도가 높아 초겨울 부터 내린눈이 계속 쌓여 있어 등산로 옆에는 눈이 거의 1미터 가량 쌓인곳도 많았지만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이 밟아서 걷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잘 다져져 있었다,

상왕봉 조금 못미쳐 양지바르고 평탄한 길옆에서 점심을 먹었다. 특히 과거 남북회담 실무 책임자를 지낸 친구가 

북한에서 선물받은 구렁이 술을 가져와서,  한잔만 먹었는데도 취기가 짜르르한 취기를 느꼈을 정도로 독주였다.

족히 알코올 도수가 50도는 넘어 보였다

상고대는 없었지만 우리는 충분히 설경을 즐겼고 상왕봉을 거쳐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나는 체인 아이젠외에 이빨이 날카롭고도 긴 강철 아이젠을 가지고 왔다.대낮에 기온이 올라 눈이 습기를 머금고 

있을때는 체인 아이젠 밑바닥에 눈이 엉겨 붙어 보행을 어렵게 한다.  강철 아이젠은 체인 아이젠의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줄수 있는가를 약 1km구간에서 시험해 봤는데 폭설직후의 럿셀이 안된 등산로에서는 유용하지만 그 외 겨울

산행에는 오히려 불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 두사진) 비로봉에서 상왕봉 가는길

하산길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다

상왕봉에서 부터 북대 미륵암까지는 약 40분 거리이며 이 구간 역시 길은 순하다.

북대미륵암부터 상원사 까지의 약 3km 구간은 차량이 교행이 가능한 2차선 임도이며 등산로라고 하기에는 

차가 다니는 비포장 산길이라고 보면 된다. 이 구간을 조금 걸어보니 길이 평탄하고 눈이 녹아 있어 우리들은 모두

아이젠을 벗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걸었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언길과 비포장 흙길이 교차하여 동행했던 종윤은

아이젠을 다시 신고 길을 걸었다. 종점이 약 1km 남은 완전 평지에서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며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디스크 증세가 약간 있던 허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걷기가 불가했다. 종윤이 앞서간 친구를 전화로 불러

차를 올려 보내라고 했고 결국 산악 구조대의 차를 타고 상원사 주차장으로 하산했다. 귀경길 운전은 심용창이 

전담하고 저녁도 먹지 않은채로 바로 귀경했다. 움직이기 조차 힘든 상태로 집에 도착하여 요추 골절을 의심했지만

다음날 CT 촬영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슴을 확인했다. 

인체라는것이 참으로 묘해 낙상한 이틀후 부터 좋아지기 시작해서 삼일째 되는 수요일(1.31일)부터는 운전과 보행에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호전이 되었다.

119 차량을 부르는등 응급 조치를 해주고 걱정해준 친구들 종윤 용창 영봉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완전히 하산할때 까지는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하며 자연앞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깊이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