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국내여행

23년 초봄 해남 여행(3.11일 미황사, 달마고도)

낙산유정 2023. 3. 23. 10:45

등산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남편을 배려해서 아내가 달마고도 길동무를 기꺼이 자처했다.
둘레길이라 해도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산길 18km를 아내가 완주 못할 것을 대비해서
콜택시가 올수 있는 중간 탈출로를 사전에 확인해 두었다.
3.11일 우리는 달마고도를 시계방향으로 돌기로 결정하고 미황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미황사

미황사는 땅끝의 아름다운 절이다.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창건했다. 사적비에는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포구에 닿자 의조화상이 이것을 소등에
싣고 오다가 소가 드러누운 장소에 절을 지어 미황사라고 했다"(절의 안내판)라는
창건 설화가 적혀 있고, 의조화상의 꿈에 金人이 나타나 이를 알려 주었다고 한다.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의 황홀한 색에서
따온 것이라는 창건 설화도 절의 홈피에 소개돼 있다
이러한 창건 설화는 불교가  중국에서 전래된 것 외에  남방에서
해로로도 전래되었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전설이라고 한다.
미황사에서 보는  완도와 다도해가  전망이 압도적이라 하는데
불행히도 이날은 미세 먼지가 자욱해서 전망도 흐렸고  대웅전도
수리 중이라 절의 온전한 모습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달마산의 서릿발 같은 암봉들이 절을 옹위하고 있는 형국이고  앞이 탁 트인 터전이

부처님을 모실만한 명당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가람 배치도 번잡하지 않아 엄정하게 자리 잡은 전각들이 막 피기 시작한 봄꽃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절 이름에  들어간 美자대로 아름다운 절 미황사다.
나는 글씨를 잘 모르지만 절에 갈 때는 전각들에 걸려 있는 편액 글씨를 즐겨 감상한다.
미황사 일주문 편액은 다분히 회화적인데 현대적 디자인美가 넘쳐 난다.
자하루 만세루 향적당 범종각  청운당등 전각들의 현판 글씨들이 하나 같이 인상적인
조형미가 있고 심지어 차를 파는 다원에 걸려 있는 달마선다원(達摩禪茶苑)글씨도
멋있다. 미황사는 불상과 바위 석양빛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 아름답다고 한다.
비록 낙조를 보지는 못했지만 창건 설화에 있는 것처럼 산 위의 일만 불을 종일
보았고 자줏빛 노을이라는 뜻의 아름다운 紫霞樓를 보았으니 어찌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할수 있겠는가?
달마산 일대는 미황사로 인해 먹고 산다는 말을 해남 사람한테 들었다.
과연 절의 인심이 후해 주차료도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달마고도

약 1시간 절 구경을 한 후 10시 20분경부터 달마 고도를 걸었다.
달마고도는 달마산 7부 능선을 한 바퀴 도는데 총길이 18km(17.7)로서 1.2.3.4코스가 있다.
호남정맥의 한 줄기인 땅끝기맥이 바다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힘을 쏟아 용트림한 형상인
달마산은 관음봉 불썬봉  도솔봉   등 세 개의 암봉이 서릿발 같이 솟아 있는 골기가 빳빳한
산이다.미황사 주지였던 금강스님이 자연 친화적인 길을 만들고자 기획하고 기존에 있던 길을
보수하고 잇고 일부는 길을 새로 내어 2017년 10월에 준공했다고 한다.
오직  매일 40명의 인부가 괭이와 호미등 수작업으로만  250일 걸려 길을 만들었는데
그 흔한 나무데크도 앉아 쉴수 있는 의자도 없다. 기존의  임도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사람이 걸을수 있는 좁은 숲길로 낙엽이 쌓여 걷기에 편하고, 쉬려면 바위에
걸터앉으면 된다. 없어서 채워지는 그런 길이 달마고도다.
다도해 전망이 일품이라는데 내내 미세먼지가 자욱해 바다를 볼수 없어 아쉬웠지만
위로는 달마산의 암봉들을 바라보고 남도에서만 볼수 있는 후박나무,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육박나무 등등 수종이 다양한 숲길을 지나가니 눈도 호강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꼴 먹이려고 소 몰고 오르내렸던  산길이 생각이 났다. 길이 무너지지 않게
작은 돌들을 쌓아 보수한 것 이외에는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이 어릴 적 소 몰고 다녔던
산길을 연상케 한 것이리라.
숲길만 있으면 단조롭겠지만 중간중간에 너덜지대가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암봉이 풍화작용으로 무너져서 다양한 크기의 날카로운 돌들이 산의 경사면이나 계곡에
쏟아져 내린 것을  너덜지대(애추 지형: 崖錐, TALUS)라고 하는데 달마고도에는 너덜이 20군데
정도 있다. 설악산 귀때기 청봉의 너덜지대는 워낙 험하고 날카로워 통과하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힘든 길이지만 달마고도의 너덜은 길을 표 나지 않게 다듬어 놓아
걷기에 편하고 경치를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다
아내가 힘들면 중간에 내려가서 택시를 타고 미황사 주차장으로 갈려고 미리 CALL TAXI
전화번호도 파악해 두었지만 아내는 씩씩하게 잘 걸었다.
14KM 지점을 지나니 삼나무 숲길이 나오고 도솔암을 올라가는 이정표가 도솔암까지
300m를 가리킨다. 아내는 이때부터 발이 아프다고 하며 힘들어했다. 할수 없이 도솔암은
다음날 가기로 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 미황사까지 3.7km를 더 걸었다. 
10시 20분부터 17시 20분까지  걸었는데 점심시간등 휴식시간 1시간을 포함하여 총 7시간이
걸렸다. 완주한  아내가 자랑스러워  포옹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솔암(3.12일 아침)

3.12일 아침에 도솔봉 중계탑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도솔암까지 난 편도 700m
오솔길을 걸어서 왕복했다.
어젯밤 내린 비로 공기가 깨끗해  시원한 바다와
너른 들녘을 조망하다가 가끔씩 서릿발 같은 암봉을 뒤돌아보기도 하며 환상적인 길을 걸었다. 

이곳이야 말로 호남 제일경이라 할만하다.
천애 절벽에 걸린듯한 도솔암은 부처님께 배례하는 공간이 한두 평에 불과할 정도로
작디작은 암자이다. 어느 스님이 이 절경에  작은 절을 지어 부처님 눈을 즐겁게 했을까?
스님의 공덕이 도솔봉만큼이나 쌓였으리라.
돌아오는 길에 후드득 빗방울이 뿌렸다. 구름이 산허리를 휘감고 원경도 일변하여 끝없는 운해가
펼쳐졌다. 우리는 구름에 걸린 길을 걸었다.
 

미황사 일주문.達摩山의 산자는 글씨가 현대적 추상화 같다. 박방영(朴芳永)이라는 현대 화가의 작품인데 절집 불탑 소나무 꽃가지를 그린 그림으로  山 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현판은 2019년 제작됨. 편액의 글씨가 현대적 디자인美가 뛰어나다, 이러한 독특한 글씨는 전국 어느절에서도 본일이 없다

 

자하루(紫霞樓보랏빛 노을이라는 이름도, 누각도 글씨도 멋있다. 자하는 보랏빛 노을 또는 신선이 사는곳에 서리는 상서러운 기운이라는 의미다.불가에서는 자하는 자금색을 의미하며 부처님 몸에서 나는 기운을 뜻한다고 한다. 유려한 행서체의 편액은 단양출신의 명필 鶴亭 李敦興(1947-2010)이 썼다고 한다

 

만세루(萬歲樓) .힘이 넘치고 웅혼한 이 전서체의 편액 역시 학정 이돈흥이 썼가고 한다. 자하루는 앞면에는 자하루 뒷면에는 만세루 현판이 걸려 있다.

 

청운당

 

下心堂.마음을 내려 놓으라는 건가?

 

洗心堂
범종각. 지붕선이 멋들어지고 단청이 아름답다

 

달마선다원(達摩禪茶苑). 찻집이자 佛具도 파는 집이다. 간판의 글씨가 예술적이다
달마상.
너달지대에서 보이는 관음봉
너덜지대
달마고도에 핀 산자고(까치무릇)
도솔암 자락길 풍경
도솔암 근처
절벽에 자리한 도솔암
도솔암 자락길에서 본 운해로 뒤덮힌 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