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리산을 일여덟번 다녀왔지만 대부분 종주 산행이어서 이번에는 가보지 않았던 남원 방면 서북능선을 시작으로
반야봉을 거쳐 뱀사골로 하산하는 여유로운 일박이일 코스를 잡았다.자주 같이 다니는 고교 친구 용창, 영봉과 함께한 길이었다
첫날(2019년 8.10일/토) : 정령치-만복대-고리봉-묘봉치-성삼재-노고단 대피소 : 약 10KM
둘째날 (8.11일/일 ) : 노고단대피소-임걸령-노루목 반야봉 왕복-삼도봉-화개재-뱀사골계곡-반선 : 약 19KM
첫날 : 지리주능선을 바라보면서 걷다
서북능선 산행의 묘미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장대한 지리 주능선을 내내 조망하면서 걷는데 있다. 용산역발 07.15분 KTX열차를 타고
남원역에 도착하니 0920경 이었다. 남원역에서는 토일 각각 3차례 정령치, 반선을 거쳐 돌아오는 순환버스가 다니는데 우리는
0940출발하는 차를 바로 받아 탈수 있었다. 승객은 우리일행 3명뿐이어서 전세 버스를 탄 기분이었는데 요금도 일인당 10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이버스는 산을 구비구비 돌아 올라 한시간 가량 걸려 해발 고도 1170m의 정령치에 이르렀다.정령치에 올라서면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장대한 지리 주능선이 펼쳐지고,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져 있는 반야봉을 잘 조망할수 있다. 정령치에서 만복대 고리봉에
이르까지 내내 지리산 주능선과 반야봉을 바라보면서 걷는 눈이 즐거운 산행이었는데 , 삼복더위에 지리산에 도전한자가 누리는 특전이
아니었을까?
지리산 시인 이원규는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라고 했는데 서북능선에서 보는
반야봉은 마치 엎드려 누워있는 여인의 둔부같은 모양이다.반야봉은 주능선에서는 조망이 안되는 아쉬움이 있는데 오늘 성삼재로 가는
3시간여 동안 내내 반야봉을 눈에 넣고 걸었다.
오늘 산행은 10KM에 불과해 천천히 걸으며 탁트인 조망에 일망무제의 山群을 바라보며 쉬는 여유를 부렸고 가지고 온 떡과 맥주로 점심을
먹으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성삼재를 지나서 물이 풍부한 조그만 계곡을 만나 탁족과 등목을 하며 쉬다가 대피소에 이르니 오후 3시40분경
이었다. 정령치에서 부터 10km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총 5시간이 걸렸다.
대피소 입장은 6시 부터라 우리는 하릴없이 쉬다가 5시경부터 저녁을 해 먹었다. 오리고기를 구워서 김치, 양파, 야채를 곁들이고
소주와 고량주를 반주로 저녁을 먹으니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었다.
(위) 정령치 트레킹 코스 입구에서 본 주차장과 지리 주능선
(위) 정령치-만복대 능선에서 본 장쾌한 지리 주능선. 노고단에서 천왕봉 중봉을 일망무제로 조망할수 있고 남쪽으로는 왕시루봉까지 보인다 .
(위) 서북능선의 주봉인 만복대(1437m). 풍수지리에서 복이 많은곳이라는것이 지명유래이다
(위) 만복대-고리봉 능선에서 본 반야봉. 마치 여인의 둔부를 연상케하는 하는 모습이다. 주능선에서는 반야봉을 전혀 볼수가 없고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오를시에도 반야봉 전체를 조망하는것은 불가하다. 오직 서북능선상에서만 반야봉의 전체 모습을 볼수가 있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오르는 코스는 서북능선에서 보는 반야봉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반대로 급경사가 계속되는 꽤 험한 산이다.
(위) 고리봉. 고리봉을 지나면 성삼재까지는 내리막이고 성삼재 노고단은 길이좋아 노약자도 걸을수 있는 편한길이다.
대피소에서 본 붉은 저녁노을
나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만드는 붉은 저녁노을을 좋아한다. 해질녁 산마루에 호젓이 앉아 있으면 도연명의 연작시 음주 제 5수에서
산의 기운은 저녁이 아름답다(山氣日夕佳)고 노래한것에 늘 깊게 공감하게 된다. 수차례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산마루에
홀로 서서 붉게 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황홀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곤 했었다. 오늘 다시 노고단 산장밖에서 산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언제 다시 느낄수 있을까 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산기운을. . .
(위) 노고단 대피소의 저녁노을
산행 둘째날
반야봉을 오르다.
0540경으로 예상되는 노고단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 5시에 길을 나섰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랜튼을 켜도 시계가 극히 나빴다.
노고단 입구에 이르러 보니 안개는 더욱 심해져서 해돋이 보는것은 불가하다는 판단에서 바로 발걸음을 천왕봉 방향으로 돌렸다.
오늘은 노고단 대피소-피아골 삼거리-임걸령-반야봉왕복-삼도봉-화개재-뱀사골계곡-반선마을로 이어지는 약 20km를 산행 해야 하지만
일찍 길을 나섰기에 놀멍 쉬멍 걸어도 오후 1시-1시반경 반선에 도착할수가 있는 코스였다 .
짙은 안개는 능선길을 휘감고 돌아 해뜰무렵에도 랜턴을 켜야 길이 분간되는 정도지만, 새벽안개속의 산행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6시 20분경 피아골 삼거리에 이르니 안개가 옅어지고 시계가 확보 되었지만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이 세차게 불어 왔다.
세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는 대자연의 음악이 되고 나뭇잎에 맺힌 이슬이 바람에 날리어 후드득 모자창위에 쉼없이
떨어졌다.임걸령 샘에서 천하 제일의 물맛을 보고 삼도봉에 이르렀으나 날씨가 흐려 주변을 조망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휴식하였다.
삼도봉을 지나면 반야봉으로 접어드는 노루목이 나오는데 종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천왕봉 방향으로 직진하고 반야봉을 잘 들리지 않는다.
반야봉은 주능선에서 살짝 비켜나있고 고도가 높고 험해 노루목에서 왕복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들리기가 쉽지 않다.
나역시 지리산 종주를 7회 정도 하였지만 반야봉 등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야봉 등산길은 다시 짙은 안개에 휩싸이고 간간히 비가 와서 시야는 극히 좋지 않았지만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를 감상하느라
눈은 즐거웠고 세차게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에 더위를 날려버리는 호사를 누렸다.
반야봉 정상에 이르렀으나 주변은 보이지 않았다.산속에 들면 산이 보이지 않는법이다, 반야봉의 모습은 전날 만복대와 고리봉에서
내내 감상했으니 아쉬울것은 없었다.사실 반야봉에서는 낙조를 보아야 하지만 낙조를 보고 하산할려면 야간 산행을 해야 하고
대피소는 통상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는것이 규정인바 이 마저 불가능하다. 지리산 10경중 하나인 반야 낙조는 정녕 볼수가 없는것인지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반야봉 정상에서 인심좋은 전라도 등산객들에게 막걸리 한병을 얻어서 건빵을 안주로 해서 마시는 행운도 있었다.
반야봉 오가는 길은 천상의 화원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데 야생화에 해박한 용창에게 꽃이름을 물어
외워 보았지만 금방 잊어 버리고 말았다.
(위) 8.11일 오전 0550. 노고단-임걸령 사이 지점에 오니 날이 밝았지만 아직도 안개는 있다
(위) 돼지령에서. 지리산을 종주하는 백인 아가씨에게 사진을 부탁 했다
(위)피아골 삼거리 직전. 안개가 짙다
(위) 반야봉 정상으로 가는 계단길의 심용창
(위) 반야봉에서 동행한 친구들과
(위) 반야봉 오가는길가에 핀 야생화들
뱀사골 산행
주능선에서 반야봉을 왕복하는 갈림길이 노루목이다. 노루목에서 화개재로 가는길은 심한 내리막인데 가파른 계단길이 반복된다.
화개재에 도착하니 오전 9시30분이었고 뱀사골로 하산을 시작했다. 화개재에서 반선 마을까지는 9.2km의 웅장하고도 수려한
뱀사골 계곡길이다.계곡을 따라가는 하산길은 완만한데, 발목이 피곤한 돌너덜길이 4-5km 정도 연속된다. 돌너덜길을 지나면 아주
완만한 길인데 마지막 2km는 나무 DECK를 걷는 호사를 누릴수 있었다. 초입인 1.5km 정도를 지나면 맑고 풍부한 물길이 만들어 내는
녹색의 깊은 소와 작은 폭포들이 연속된다. 화개재로 부터 1시간을 내려오니 이 물을 마시면 간장까지 시원해 진다는 간장소가 있고
이어서 병풍소 병소 탁용소 요룡소등 갖가지 전설이 서린 깊고 수려한 沼들이 갈길 바쁜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간간히 고개를 들어
깍아지른 절벽을 보니 곳곳에 학이 살만한데 학소대라는 지명이 있는줄은 모르겠다. 뱀사골 계곡은 넓고 깊으며 수량이 풍부하지만
경사가 완만하여 단심폭포등 나지막한 폭포들이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었다. 계곡의 중하류를 지나면
20-30명이 앉을수 있는 너럭 바위들이 제법 있는데 사람들이 바위위에 앉아 탁족을 하는등 더위를 피하는 모습들을 볼수 있었다.
우리 일행도 어느 너럭바위에 앉아 발을 담그고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계곡은 점점 넓어져서 하류에 이르니 폭이 100m는 되어
보이는데 물은 풍부하고 여전히 경관은 수려하다. 경치에 취해 약 2km의 나무데크로 된 길을 걸어 반선 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1시경이었다.
화개재로부터 9.2km 휴식시간 포함 약 3시간반동안 내내 물소리를 들으며 수려한 경관에 취해서 걸었던 꿈같은 산행 이었다.
(우) 간장소
(위) 단심폭포
(위) 병풍소 병소 요룡소등 이름붙여진 沼 뿐아니라 무명의 아름다운 沼들이 도처에 있다. 계곡 곳곳에 너럭바위들이 많이 있어
사람들이 바위 주변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위) 동행했던 산우 조영봉 심용창
산행후
반선에서 13시 45분 출발 남원행 시외 버스를 타고 남원에 도착하니 1440경이었다. 대중탕에 가서 땀으로 찌든 몸을 씻고
광한루 건너편에서 막걸리와 파전으로 뒷풀이를 하였다. 남원발 1730분 KTX를 타고 1930분 용산역에 도착해 1박 2일 여행을
종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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