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13 5월 25-26일(offline에 저장해 두었던 산행기를 2019년에 blog에 copy함)
누구랑 : 혼자
구간 : 화엄사-노고단-천왕봉-대원사(46km)
숙소 : 벽소령 대피소
산행전
2011년 가을에 성삼재-중산리 종주 산행을 하고 난 이후에 늘 제대로 된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문득
하게 되었다.76년 늦은 봄 학생 시절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소낙비를 맞으며 화엄사-노고단 야간 산행을 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본 노고단 운해와 주능선과 세석에 피었던 철쭉의 군락을 회상 하면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금요일밤 구레행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 어렵다는 주말 산장 예약이 대기자에서 예약이 확약되는 행운에 감사했지만 원하던 세석이 아니고 벽소령에
일박하게 된 아쉬움은 있었다.
산행 첫날
화엄사-노고단
25일(토요일) 새벽 3시경 구레구역에 도착하여 제첩 국밥을 한그릇 맛있게 먹고 택시를 합승,화엄사에 도착하니 새벽 4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삼재로 가고 화엄사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열차안에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지만 계곡의
물소리와 산사의 청량한 새벽 공기에 정신은 맑아 오고,기나긴 산행을 생각하니 긴장감이 온몸을 엄습한다.등산로 입구
표지목은 노고단 7.0km, 천왕봉까지 32.5km를 가리킨다.
유서깊은 화엄 종찰을 옆에 두고 그냥 지나치자니 몹시 아쉽지만 화엄사 답사는 다음을 기약 한다.. 한시간 정도 산길을 오르니 벌써 여명이
밝아오고 헤드 렌턴의 도움이 없어도 길이 분간이 된다. 이 꼭두 새벽에 노고단을 오르는 사람들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에
산객들을 만난다. 저들중 배낭이 큰 사람들은 필시 화대 종주꾼 이리라. 이들은 메니아 집단이라 여자 산객들도 나보다는 걸음이 빠르다.
은근히 자존심이 상해서 속도를 내 보다가도 내 페이스대로 가자고 마음을 다 잡고 하다 보니, 경사가 가파른 곳이 나타났다.
이른바 경사가 심해 코가 땅에 닿는다는 코재이다. 대만 설산 산행중에 단숨에 치고 올라 갔던 곡파(哭坡 : crying slope) 고개를 생각했다. 그래! 곡파 불곡(哭坡 不哭)(CRYING SLOPE, DON’T CRY)이다 라고 되뇌이며 코재를 한달음에 올라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06시 4-50분 경이다.
노고단은 10시부터 산행이 가능한 관계로 등정치 못하고 입구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인증샷을 했다. 이번 산행의 목적이 화대 종주, 노고단의 운해와 지리산 철쭉 구경이었는데 운해가 없어 이미 하나의 기대는 깨어 졌다. 운해는 없지만 날씨가 맑아 시야가 탁 트여 발아래 펼쳐진
지리산군들의 장관을 바라다 보며 천왕봉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위) 노고단 입구 돌탑에서
주능산행 : 노고단-벽소령
새벽밥 먹고 산행을 시작했으니 아침을 먹어야 한다.노고산장에서 라면이나 떡국을 끓여 먹으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8시경 경 임걸령에
가서 아침을 먹으며 천하 제일의 물맛을 보기로 하였다.
지리산 능선상에 샘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은 산신령이 우리에게 내린 축복이 분명하다.이중 임걸령의 물맛을 으뜸으로 치는데 준비해간
빵에다 샘물을 곁들여 마시니 청량한 물맛이 과연 천하 제일이다.
임걸령 직전이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로 내려가는 피아골 삼거리 이다.피밭이( 피 :지금은 먹지 않지만 예전에는 잡초이면서도
식용식물이었슴) 많은 곳이라는 뜻인 피밭골이 발음이 변하여 피아골이 되었다 한다. 조정래가 태백산에서 , “피아골 단풍이
유독 붉은것은 그 골짜기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이 그렇게 피어난 것” 이라고 했듯이 피아골은 6.25때 치열했던 빨찌산 과의 피의 격
전지이며 피아골의 피는 식물명인 피가 아니라 피어린전투의 피를 생각케 할 정도로 이곳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내 반드시 가을에 가족 여행을 한번 와서 피아골 단풍계곡길을 걸으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아이들에게 일러 주리라.
(위) 삼도봉에서
전남북, 경남의 도계가 교차하는 삼도봉에 다다라 인증사진을 찍으니 시간은 9시 10분이다.왼쪽으로 30-40분 가면 반야봉인데 ,
오늘 산행이 일찍 끝날 예정이기 때문에 이곳을 들러도 시간적으로 여유가 충분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힘든 것은 싫어해 주능에서
비켜나 있는 반야봉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산행후 검색해 보니 반야봉에서 바라보는 낙조는(반야 낙조) 지리산 10경중 하나라는데
이것을 알지 못해 힘들다고 지나쳐 버렸으니 아쉽다.
아는 것 만큼 본다고 했던가? 시간상 낙조를 보지는 못할지라도 천왕, 노고단과 함께 지리산을 대표하는 봉우리인 반야봉에 올라 서북능선을
조망하는 기회를 몰라서 놓쳤으니, 통재라 사전 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로다.
화개재, 토끼봉을 지나서 뒤돌아 보니 주능선이 장엄한데 노고단은 벌써 아득 하다.
군데 군데 피어 있는 키큰 분홍빛 철쭉을 사진 찍으며 걸으니 눈이 즐거워 피로가 반으로 줄어 든다. 고우면서도 수더분한 능선의
철쭉 꽃들은 황매산의 화려한 대규모 군락 보다 자연미가 있어 운치가 더하다.
(위) 주능선의 키큰 철쭉
정오경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여 떡국을 끓여서 점심을 먹으니 별미다.. 나는 육수에 끓인 떡국 보다는 맹물에 끊인 떡국을
좋아 하는데, 이것이 조리가 간편해서 산행에는 제격이다. 맹물에 떡국을 넣고 끓이는데 물이 끊자 마자 떡국이 떠오른 것을
확인 하면 조리는 끝이다.
소고기를 잘게 다져 볶고 간장을 넣은 꾸미(고명)를 가득 두-세 숟가락 넣고 , 잘게 썰어 간장에 조린 두부와 계란 지단을
넣으면 떡국이 완성되며, 가져간 반찬을 곁들여 먹으니 한끼의 훌륭한 식사가 된다.
1300 연하천 산장을 출발하여 약 20-30분 가서 삼각봉에 올랐다. 삼각봉에 서면 북쪽으로 탁트인 전망이 일품인데,
북쪽 멀리 실상사 방향의 삼정산과 북동 방향의 백무동이 한눈에 조망된다. 삼각봉을 지나면 두개의 선바위가 서 있는
형제봉을 만나는데 흙산인 지리산에서는 보기 드문 기암이다.
(위) 삼각봉과 벽소령 사이의 형제봉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주변을 조망하다 걷다가 하니 어느덧 벽소령 산장이다.첫날 산행을 종료하고 시간을 보니 1450이다.
총 산행 거리 약 20-21km, 소요시간 10시간 50분. 아침 및 점심 시간 1시간 30분 제외하고 쉬는 시간 포함한 순수 산행 시간은
대략 9시간 20분 소요 되었다.
(위) 벽소령 부근에서 노고단 방향으로 뒤돌아본 지리 산군
벽소령 산장에서
4시경부터 예약이 없는 사람들은 하산하라고 종용하는 방송이 거듭된다. 산장 테라스와 식당에 묵을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산하라고 서슬이 퍼렜다.또한 5시 이후에는 세석 방향으로 이동이 금지 된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 되고, 산장 주변은
비박, 숙영 금지와 산행 시간 제한을 알리는 표지판이 큼지막하게 설치 되어 있다.
하산을 거부 하는 사람들과 공단 직원들과의 날선 언쟁이 계속 되지만 예약 안된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하산 한다.
또한 공단 직원들은 산장 주변에 숙영 할려는 사람들을 쫒아 내기 위해서 분주히 돌아 다닌다.
지친 다리를 쉬며 하릴 없이 노닐다가 1800경 북어국을 끓이고 멸치 볶음, 명란, 고추장 볶음과 함께 저녘을 먹고 여기에
육포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곁들이니 성찬이었다.
내일 이른 산행을 대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쉽게 잠은 오지 않고 밤새도록 뒤척였다.
산행 둘째날 :
벽소령-천왕봉
이리 저리 뒤척이다 일어나 보니 새벽 2시경였다. 잠이 다시 오지 않아서 떡국을 끓여서 조반을 들고, 산장을 나서니 새벽 3시다.원래 아침 산행은 새벽 4시 이후에야 가능하지만 이 새벽 지키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어제 다 쫒겨 난줄 알았던 예약 안된 사람들이 식당에서 10여명 자고 있다. 그중 한사람에게 물어 보니, 산장 직원이 잠든 이후에 식당으로 잠입했다고 한다. 말 잘듣는 모범생들은 하산하고 요령 있는 사람들이 싸움에 이긴 모양새다.
벽소령의 달(碧宵明月)
벽소령-세석 구간은 6.6km로서 주능 구간중 가장 험한 산길이다.세석 까지 3시간 예정이다.
헤드 렌턴에 의지하여 얼마간 걷다가 보니 오른편 하늘에 달이 구름에 살짝 가렸다가 온전히 나타 났다를 반복한다. 달은 처연히 빛나다 못해 푸른 빛을 발한다.조선 백자의 유백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조선 백자는 순수한 백색이 아니고 푸른빛이 감도는 유백색인데, 벽소령의 푸른 달이 조선 달 항아리 같다.
갑자기 시인 김광균이 설야에서 노래한 “먼데서 여인의 옷벗는 소리”가 연상이 되었다. 벽소령의 달을 가린 구름이 걷혀 질때는 마치 범접할수 없는 고귀하고 차가운 여인이 먼데서 옷을 벗어 속살을 보여주는듯 하다.
렌턴을 잠시 끄고 달빛에 어슴푸레한 능선의 실루엣을 바라다 보았다. 다시 감상해 볼날이 있을까? 맑은날 창백한 달과 쏟아지는 별, 능선길 비추이는 달빛의 여운을.
산행후 알아보니 밤이면 푸른 숲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너무나 희고 맑아서 오히려 푸르게 보인다 하여 벽소령이라는 지명이 유래 되었다 한다. 벽소령의 달빛이 푸르다고 느꼈었는데, 나의 느낌이 지명을 붙인 옛 사람들의 감상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벽소령의 달은 지리산 10경 중 하나라는데, 이번 달빛 산행중에 제대로 보고 느꼈으니 행운이었다.
벽소령 출발 한지 1시간 30분 경과하니 새벽이 밝아 오고 이후 칠선봉을 지나니 세석이 보이고 멀리 장터목 산장의 불빛과 천왕봉이 보인다. 세석에 도착하니 시간은 0550 이었고 벽소령으로 부터 2시간 50분 소요 되었다
(위)세석 도착전 영신봉에서 본 노고단 방향의 장엄한 지리 주능선.
세석 철쭉
이번 산행의 주요 목적중의 하나가 지리산 철쭉 특히 세석의 철쭉 구경이다. 세석의 철쭉은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데 , 고산에 자라는 연분홍빛 꽃으로서 수수한 자연미가 있다. 장대한 군락을 이루고 화려 하게 타오르는 황매산 철쭉군에 비해 화려한 맛은 없지만 드넓은 평전에 여기 저기 흩어져 피어 시골 처녀의 수수한 모습을 풍긴다. 우리 가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더라”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금년봄에 철쭉을 구경하러 악양의 형제봉과, 그 유명한 황매산을 다녀 왔다.감히 서산대사식으로 평을 하면 세석의 철쭉은 수수한 미는 있지만 화려 하지못하고, 황매산 철쭉은 화려하고 빼어 나지만 자연미가 없고, 형제봉의 철쭉 군락은 수수하면서도 빼어나다고 하겠다.
세석은 과연 청학동인가?
일주일전 5월17일 악양의 형제봉에 올라보니 악양의 지세가 산과 들, 섬진강이 너무나 아름답게 어우러진 명당으로 보여서, 이곳이 고향인 먼산 선배에게 악양은 풍수적으로 어떤 자리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먼산이 청학동 관련글을 여러편 소개해 주었는데 대체로 세석평전, 악양의 청학이골, 불일폭 근처등 지리산록 어딘가가 청학동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악양의 청학이골은 tv에 나오는 상투튼 사람들이 사는 청학동과는 다른곳이다)
지리에 대한 안목이 없는 내가 평할 일은 아니지만, 세석과 악양을 비교시 이상향을 뜻하는 청학동은 단연코 악양이라는 생각이다. 세석은 넓다 하나 산위에 있는 고원이니 형세가 옹색해 , 전란을 피해서 먹고 살수 있는 십승지 정도에나 끼워 줄수 있는곳이라고 일이고 감히 생각해 본다.
산과 들,섬진강과 호소(湖沼)가 조화를 이루는 악양에 한번 가보시라.
(위) 세석의 수수한 연분홍 철쭉
(위) 세석평전 전경
(위) 촛대봉
(위) 연하봉
(위) 연하봉
세석을 출발하여(0620) 촛대봉으로 가는길에 뒤돌아서 철쭉 군락을 내려다 보고 장대한주능선을 감상하면서 걸으니
발걸음이 가벼웠다.장터목 가기전 연하봉에 이르면, 여기 저기 키큰 고사목들이 구상나무,철쭉꽃, 바위들과 어울려 태고의
느낌이 나는 아름다운 능선길이 있는데 지리산 10경중 하나인 이른바 연하선경 (煙霞仙景)이다. 이름으로 보아 계곡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있으면 더욱 아름답겠지만, 운무와 노을이 있는 연하봉은 상상만 해보았다.
0740경 장터목에 도착해서 빵에다 명란을 끼운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침을 먹었다. 날씨가 몹시 무더워서 염분을 보충할
목적으로 명란을 얇게 잘라 넣어 봤는데,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장터목은 이곳의 산청쪽 사람들과 함양쪽 사람들이
물물 교환을 했다는 넓은 고개인데 양쪽의 산물이 달라야 장이 섰을터. 옛사람들이 무엇을 교환했을지 궁금하다.
0810경 장터목을 떠나 9시경 천왕봉에 올랐다. 산객들이 많아 통천문 부근에서 지체가 되었다.
하늘로 가는데 어찌 관문이 없으랴 ! 신선도 이문을 통하지 않고는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다.
지금은 철계단이 있어 지나기에 별 어려움이 없지만,계단 없이 올랐을 옛사람들은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 인증샸을 찍을려니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정상석 앞면(천왕봉 1915M)에 서서 사진 찍을려는 인파인데,
다행히 뒷면을 배경으로 할려는 사람은 거의 없어서 뒷면을 배경으로 금방 사진을 찍었다.
언제 누가 세웠는지 모르는 초기의 정상석은 앞면에 天王峰, 뒷면엔 남명 선생의 싯귀 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만고의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다)가 각자되어 있었다고 하며,이것을 1982년 진주의 산악인들이 같은 문구를
새긴 깨끗한 오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해 산청 출신인 5공의 실력자 권익현과 도지사 이규호(나중에 교육장관)가
작당하여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경남인의 기상 여기에서 발원하다’를 새긴 정상석을 놓았는데, 분노한 여수 산악인들이
경남인이라는 글자를 깨어 버렸다고 한다. 경남인을 한국인으로 바꾸어 ‘한국인의 기상 여기에서 발원되다’를 새긴
정상석이 오늘날 서 있는 것이다.
천왕봉의 장중함을 남명선생 보다 더 잘 표현 할수 있으랴! 어찌 만고의 巨儒 남명이 만고의 천왕봉을 평한 名文을
銘文 하지 않고 이렇게 세웠는지 통탄할 일이다. 경남인 운운 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한국인의 기상도 지리산에서만
발원되는 것이 아니니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천왕봉에서 주능선을 뒤돌아 보니, 날씨가 청명하여 지리산군이 일망 무제로 조망이 되는데, 노고단과 왕시루봉이
아득히 멀리 보인다. 그앞으로 삼도봉 반야봉 명선봉이 줄지어 있고 가까이는 촛대봉 덕평봉, 영신봉, 촛대봉,
제석봉이 엎드려 있다.
광활하고 장쾌한 감상을 어찌 범부의 필설로 담아 내랴. 내가 지리산 경치를 평한다면 지리산群 遠景을 앞순서에 놓아서
십경을 정할 것이다.
(위) 천왕봉
(위)천왕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원경. 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기나긴 하산길
천왕봉에서 대원사 까지 11.7KM를 걸어야 한다. 기나긴 하산길이다.
천왕봉-중봉-치밭목 산장
산정에서 30분을 머물다 하산을 시작했다(0930).천왕봉에서 700M 옆에 있는 중봉을 오르는데 꽤 힘들었다.
중봉에서 보는 천왕봉과 하동방향 먼산들의 장엄한 능선이 압권인데 지리산 남부 능선의 연봉들일것이라고 짐작 해 보았다.
2등은 서럽다 던가? 중봉은 1874M 의 峻峰인데 천왕봉 옆에 있다는 죄?로 그 흔한 표석하나 없고 이정표에 중봉 1847M라 써 있을뿐이다.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치밭목으로 가는길은 일반적인 하산길이 아니다.끊임없이 오르고 내려와야 되는 길이 반복되는
험로이다. 1145분 치밭목 산장에 도착해서 지친 다리를 쉬고 북어국을 끓여서 점심을 먹었다(
천왕봉-치발목 2시간 15분 소요. 1시간여 후 12 50분치밭목 산장을 출발)
(위)중봉에서 본 지리산 남부능선? 방향
(위) 치밭목 산장
치밭목산장-대원사
치밭목 산장에서 1KM정도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물소리와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폭포가에서 점심먹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무제체기 폭포라 한다. 어디 후미진데 들어가 알탕을 하고 싶은데 겨우 참고 발을 물에 담구니 그 시원함을 어찌 표현 하리.
치밭목산장에서 한시간 정도(약 2km)거리에 있는 작은 봉우리에서 내려다 보니 대원사 계곡 전체가 하얀 꽃으로 덮여 있다.
하산길에서 본 단연 최고의 경치다. 무슨꽃인지 몰라 하산후 대원사에서 주민에게 물어 보니 깨독나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지?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이 나무를 찾지 못하였다.
(위) 대원사 계곡의 흰꽃들. 무슨꽃인지?
나는 내리막길이 다른 사람에 비해 느린편이다. 재작년 청광 종주길에서 다리 다친 트라우마가 있기도 하고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스틱을 확실히 짚고 차분히 걸었다. 그러다 보니 드문 드문 만나는 산남 산녀들에게 추월을 당한 경우가
많아 자존심이 좀 상했지만 내식대로 가는 것이 상책이다.
치밭목-대원사 구간이 7.7KM인데 시작부터 4KM정도는 UP-DOWN이 계속되기 때문에 만만치는 않았다.
산행 종료
유평마을 입구에 도착해보니 오후 3시 였다. 실질적인 산행의 종료이다.입구에 있는 닭백숙집에서 캔 맥주 한잔으로
잠시 피로를 풀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서 대원사에 도착해 보니 15시 30 이었다. 화대 종주 완료이다.
(위) 대원사에서
둘째날 산행 요약
거리 약 26KM
벽소령 산장 출발 : 0300
대원사 도착 : 1530
총 12시간 30분
아침 및 점심시간 제외한 산행시간 : 11시간
양일간 총 46km 산행
소요 시간 :23시간 20분
산행중 식사 시간 3시간 제외한 순수 산행 시간(20시간 20분)
산꽤나 다닌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대 종주를 경험 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내세울일은 못되지만, 나로서는 특별한 일이기에
돌아가서 산행기를 쓸 계획에 산행 중간의 감상을 휴대 전화에 메모해 두었다.
이번에 세석을 예약하지 못해 벽소령에 일박한 점은 아쉬웠다.(덕분에 벽소 명월은즐겼지만).
내 체력 고려시 화엄사에서 출발하면 세석에 일박하고 다음날 일찍 산행 시작하여 천왕봉 일출 보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장터목까지 가서 일박하는것도 가능하나,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석을 1700에 통과 해야 한다(1700이후는
장터목 방향으로 진행 하지 못하게함). 충분히 가 하겠으나 여유없이 열심히 걸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화대 종주를 한다면
세석을 예약할 작정이다. 벽소령에 숙박하면 첫날 산행이 너무 여유 있고…
치발목을 조금 지난 시점에서 전화기가 거의 POWER OFF 되어서 대원사에서 인증샷은 택시 운전수의 PICTURE PHONE으로
찍은 것을 나에게 전송해서 겨우 하나 건졌다.
원지에서 1640 BUS를 타고 서울로 출발. 목동집에 도착하니 시간은 2130이 넘었다.돌아 오는 버스안에서 학창시절 산에서
불렀던 노래를 개사하여 조용히 되뇌어 보았다
잘있거라 지리산아. 다시 만날 그때까지.
세석 평전 피어 있는 빠알간 철쭉꽃
뒤돌아 보면은 장엄한 능선
눈감으면 떠오르는 벽소령 명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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