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심용창, 조영봉과 함께 6.22-23일 1박2일 지리산 산행을 계획하였지만 출발 전날 . 지리산 일대에 상당한 비가 온다는 예보에
급히 행선지를 바꿔 소백산 연화봉 대피소에 예약을 하고 1박 2일 산행을 가게 되었다. 사실 소백산은 웬만한 코스는 당일 산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대피소 예약이 필요 없으나, 우리는 기왕에 지리산 1박 산행을 계획한지라 소백산 산장도 경험할겸 저녁에
소주 한잔도 할겸 1박 산행을 하기로 했다.
산행 계획
준비물
심용창 : 코펠 오리고기 1KG, 소주 900ml
조영봉 : 김치 라면 떡(첫날 중식) 마늘.파, 얼린 맥주 500mm 4캔
조영우 : 버너 2, 코펠,쌀, 북어국
첫날(6.21일) : 희방사역 --희방사-- 연화봉-- 제2 연화봉-- 대피소
둘째날(6.22일) : 대피소--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주목관리소--비로봉--국망봉전방200m--초암사로 하산
산행 첫날 (6.21일),
청량리발 07시 38분 무궁화 열차를 타고 희방사역에 도착하니 10시 20분경이었다.희방사까지 약 3.5km 거리를 한시간정도 걸어서 갔다.
희방사는 소백산 등산로 입구로 유명하지 절 자체는 볼것이 없다 . 이절에 문화재라야 동종 하나 있는데 문화재 관람료로 인당 2000원이나
걷는것은 사실 말이 안된다. 절이 앉은 터에 비해 건물이 너무 많이 들어서서 희방사는 좀 답답한 느낌이 드는 절이다. 문화재 답사로 유명한
유홍준이 지적한 대로 요즘 절들은 불사를 너무 크게 일으켜 원래의 가람배치에다가 전각을 덧댄듯이 지으니 가람이 답답할수 밖에.
희방폭포에서 시원한 폭포수를 바라보며 영봉이가 얼려서 가져온 맥주 500mm 4캔을 마시며 피로를 풀고 , 떡으로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 하였다(정오경).
희방폭포에서 연화봉으로 올라가는길은 급경사가 계속된다. 타고난 건각 영봉은 저만치 앞서서 올라가는데 나는 헉헉대며 따라가기가
벅찼다. 작년, 올해 체력이 많이 약해진 탓도 있으리라.
힘든가운데 45년전 고등학교 2학년때 소백산 등산왔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랐다. 나, 안승철, 여상권(?) 김재홍 4명이
희방계곡 부근에서 캠핑하고 그다음날 연화봉을 등정하고 하산 했었다. 당시 달빛을 벗삼아 계곡을 걸어올라가 텐트를 치고, 카레라이스로
밥을 해먹던일, 제천여고생들을 만나 즐겁게 동반산행을 하고, 대구행 열차를 놓쳐서 영주역에서 하루밤을 지새우고 월요일 오후에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에게 혼났던 일등등이 이제는 아름다웠던 추억이 되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급경사가 계속되는 등산로를 2시간 반 정도를 걸어 연화봉에 오후 2시 40분경에 도착 하였다.
연화봉에서 천문대를 거쳐 제 2연화봉옆 대피소에 이르는 길은 자동차도 다닐수 있는 포장된 길이라 걷기 쉽지만 재미는 없다.
연화봉에서 부터 1시간 10분 정도 걸어서 소위 칠성급 산장이라는 소백산장에 1600경 도착하였다.
(우) 희방폭포앞에서 조영봉과.
(위) 제 2연화봉. 소백산 산행의 백미는 능선에 서서 멀리 보이는 장쾌한 산군(山群)들을 조망하는 것이다.
산행중에 만난 어떤 아가씨는 산넘어 산, 그넘어 또산이네라고 하며, 일망무제의 탁트인 전경에 감탄했다.나는 소백산에서 김삿갓이 부석사
안양루에 올라 탁 트인 전경너머 群馬가 달려가는듯한 산군들을 바라보며 노래한 심경에 깊이 공감했다. "백년동안 몇번이나 이런경치 구경할까,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 있네(百年幾得看勝景,世月無情 老丈夫)"
(위) 연화봉
(위) 연화봉에서 제2 연화봉으로 가는 능선길에 핀 산목련과 꽃개회나무
(위) 건각 조 영봉
(위) 연화봉 능선. 6월하순의 짙푸른 기운이 완연하다.
山氣日夕佳
도연명이 연작시 음주 제5수에서 산의 기운은 저녁이 아름답다(山氣日夕佳)라고 했듯이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과 능선이
숲에서 올라오는 녹음의 푸른 기운과 어우려져 한층 아름다운 저녁산을 만들어 낸다. 어느 정치인은 석양처럼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고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 같은 범부의 인생이야 지는해가 만들어내는 산그림자에라도 비교할수 있으랴?
친구 용창은 일몰은 아름답고 일출은 장엄하다고 했는데 명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소백산의 해넘이에 넋을 잃고
30-40분간을 감상했다. 같이 갔던 영봉은 이 찬란한 순간에 코를 골며 자고 있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았으랴..
(위 사진들) 소백산 대피소에서 본 해넘이
오리 구이와 소주
저녁 MAIN 메뉴는 오리고기 구이와 소주였다. 밥을 하고 북어국을 끓여서 먹었지만 SIDE DISH에 불과 했고 김치를 넣어서 구운
오리고기에 소주를 곁들여 먹으니 천하의 일미였다. 고기와 소주는 용창이 준비했고 김치와 마늘은 영봉이가 준비했다. 나는 15개월만에
처음으로 소주를 몇잔 마셨는데 술맛은 어디갔겠는가? 입맛을 다시며 몇잔을 더 먹으려 했지만 내 건강을 염려한 영봉이 내잔의 소주를
자기가 마시며 더 마시지 못하게 했다. 고마운 우정을 마음에 새기고 무거운 고기와 김치를 메고온 두 친구의 노고에 감사 했다.
칠성급 산장
몇년전 새로 지은 소백산 대피소는 지리산이나 설악산 대피소에 비해 시설이 훌륭하고 잠자리도 넓다. 어느 블로거를 보니 칠성급 산장이라고
했는데 과장이 심하기는 하지만 여타 대피소에 비하면 잠자리가 편하다. 저녁을 먹은후 잠을 청해 보았지만 옆에 있는 두친구의 코 골이가
만만찮다. 특히 영봉은 머리를 대자 마자 곯아 떨어지며 탱크가 굴러가는 굉음을 내며 심하게 코를 골았다. 쉬이 잠들지도 못했고 얕은 잠이
들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다. 새벽 3시경 완전히 잠을 깨어 이후 잠들지 못하고 밖에 나가 별을 보다가 누웠다 하며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소백산장의 잠못이루는 밤은 벌써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산행 둘쨋날
아침에 떡라면을 끓여 먹고 7시경 길을 나섰다
산행코스는 제2연화봉(대피소)--연화봉--제1연화봉---비로봉(정상)---국망봉(200M전방)--- 초암사로 이어지는 약 5시간 코스로 잡았다.
국망봉까지는 해발 1200-1300m 능선의 아고산 지대다.전반적으로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평탄한 능선길이라 우리는 산책하듯이 길을
걸었다. 특히 연화봉---제 1연화봉 구간은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정도로 우거진 숲속 흙길을 걸었는데 허파를 청소한다는 기분이 날정도로
산기운이 청량했다. 비로봉 주변의 초원지대와 주목 군락지를 지나 국망봉으로 가는길은 빽빽한 관목 숲길이 이어 진다.야생화에 박식한
용창은 꽃사진 찍기에 바빴고 언제나 그렇듯이 건각 영봉은 같이 가기가 답답한듯 내내 저만치 앞서서 갔다.
비로봉에서 깜찍한 모습으로 졸고 있는 다람쥐를 본것은 이번 산행의 행운이었다. 계절을 잊은듯이 늦게 피어있는 철쭉, 보랏빛 아름다운
붓꽃 군락, 은방울꽃등 각종 야생화를 감상하며 능선길을 걸은것은 이번 산행의 덤으로 주어진 행복이었다.
순탄한 하산길을 기대하고 초암사로 하산 하였는데 경사가 상당히 급하였다. 하산길에서 본 돼지 바위와 낙동갈 발원지가 기억에 남는다.
초암사에서 풍기IC 버스터미날까지는 25000원주고 택시를 이용했다. 풍기IC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맥주를 한잔하며 피로를 풀었다.
8월에 이 두친구들과 지리산 1박2일 산행을 할 생각이다
(위)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영주 삼가리 방향
(위) 비로봉에서 국망봉 가는길에서 본 철지난 철쭉
(위) 능선길에서 본 은방울꽃과 붓꽃
(위) 낮잠자는 다람쥐. 용창이 발견해서 용캐도 사진을 찍었다
(위) 비로봉에서 한컷
(위) 초암사로 내려가는 하산길에서 본 돼지바위
(우) 낙동강 발원지 표석. 배점리 초암사 거의 다온 하산길에 발원지가 있다. 태백산 검룡소가 낙동강 발원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소백산에도 발원지가 있다니 발원지가 두군데인지도 모르겠다
'등산,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서북능선 뱀사골 산행기 (0) | 2019.08.13 |
---|---|
주흘산 문경새재 산행(2013년2월23일) (0) | 2019.07.19 |
지리산 화대종주 산행기(2013년5월25-26일) (0) | 2019.07.15 |
지리산 화대 종주 산행기(2014.6.14-15일) (0) | 2019.07.03 |
두타산 깊은 가을 (0) | 2014.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