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깊은 가을(2014년 10월 11일 산행)
KAL 화물산꾼들과는 오랜만의 원행이다. 11년 가을 청량산 , 12년 정초 덕유산 겨울산행을
을 갈때만 해도 해마다 1-2번 멀리 산행을 할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마음만 있고 실행은
어려운 것이 사람사는 세상의 일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되어서 그런지 이번 가을의
두타산 단풍산행은 새벽에 출발함에도 불구하고 20여분이 참여하는 대 성황을 이루었다
항공사 출신들답게 전원 제 시간에 집결했지만 , 시내 교통이 혼잡한 관계로 출발이 20분
지연 되어 최종 출발지인 양재역을 0655에 출발하였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화물은
정시 show up했는데 ATC 문제로 인한 Delay다.
오늘 우리는 두패로 나뉘어 ,등산을 위주로 하는 분들은 댓재-두타산 정상- 두타산성-
무릉계곡으로(A코스) ,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분들은
무릉계곡입구-신선봉왕복(B코스) 4시간코스를 선택하였다. 중국집에서 짬봉, 자장면
선택이 어렵듯이 참가자 대부분이 선택을 망설이는데 최종 선택 결과 10 : 10 동수가
나왔다. 나는 A 코스를 택했지만 무릉계곡중에서도 절경이라하는 용추폭, 쌍폭을
구경할수 있고 무릉 계곡을 여유있게 주유할수 있는 B코스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가 되기도 했다.
산행 초입
1050경 댓재에 도착하여 기념 촬영을 하고 1100경 댓재를 출발 하였다
산행 대장이 사전 답사를 한 수고 덕분에 우리는 햇대등으로 오르지 않고 지름길을
택하여 산행시간을 적어도 15-20분은 단축한 것 같다. 댓재에서 통골재로 가는길은
부드러운 흙길로서 완만한 경사가 연속된다. 이곳의 단풍은 울긋불긋하게 화려 하지
않고 시골처녀 같이 노란색 위주이다. 온산이 노란색인데 수종을 몰라 나무와 들꽃에
해박한 먼산에게 물어 보니 초엽은 개옻나무 위주이고 통골재에 가까워 질수록 참나무
위주라고 한다. 산은 온통 노란잎으로 옷을 해입었는데 어쩌다 마주친 붉은 단풍은
노랑저고리에 붉은 색실로 수를 놓은듯 하다.
滿山黃葉에 홍일점으로 POINT를 주었다고 할까.
절경을 내내 그냥 지나치기가 아까워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먼산과 사진을 찍었다.
(위) 두타산의 단풍. 온산이 노란데 한그루의 붉은 단풍나무가 도드라져 보인다.
(위) 산색에 취해 잠시 걸음을 멈춘 먼산
A 산우의 막걸리 공양
옅은 안개가 낀 산중의 공기는 청량하기 그지 없고, 노란 단풍의 절경에 취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1220, 통골재에 이르러 휴식을 취했다.
산행중 새참거리로는 막걸리가 으뜸인데, A 산우가 막걸리 4병을 지고와서 3병을
내어 놓았다. 그 무거운 곡차를 지고온 A산우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산행때마다
막걸리를 지고 와서 베푸는 공덕을 쌓았으니 앞으로 發福할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한병은 이후 정상에서 아껴 마셨다.
건각 B형
통골재에서 頭陀山頂까지는 2.2km, 약 한시간 거리인데 오르막이 연속되는 구간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통골재에서 약 20분 구간은 깔딱 고개이다. 누구 한사람 뒤떨어지지
않고 줄지어 잘 올라 가는데, 우리 일행중에 가장 연장자인 B형의 발걸음이
특히 가볍다.
업계의 대표 건각이라도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주력이다.
통골재 부근은 온통 참나무 군락으로서 여전히 산색은 노란색 위주인데 점점히 박혀있는
붉은 단풍나무와 아름드리 소나무의 짙은 녹색이 색상대비 되어 산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등산로 주변은 키작은 나무들로 가득한데 평소에 시답잖게 보던
싸리 나무가 오늘은 왜 이렇게 예쁘게 보이는지,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은 안개가 휘돌고 있어 시계가 좋지 않지만, 정오 무렵의 햇살에
안개가 잠시 흩어지고 노란 카펫에 붉은색과 초록색으로 수를 놓은 듯한 산의 속살이
드러날 때면 누구 할 것 없이 절경에 취해 탄성을 내 질렀다.
두타산정.
13시 20분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등산의 으뜸 재미중 하나가 산정이나 능선에 올라
말떼가 달려가듯이 겹겹히 뻗어가는 山群들을 조망하는 것이지만 오늘은 안개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다.
두타산 정상에 올라 일망 무제의 탁트인 공간속에 백두대간의 준령들이 달리는 전망은
상상만 해 보았다. 점심을 먹고 1400경 하산을 서 둘렀다.
시인 정호승은 “ 내려 가자. 이제 산은 내려 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 가자. 다시는 끝까지 오르지 말자”
라고 노래 했지만 나는 두타산에 다시 오르고 싶다.
그래 내려 가자. 그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가는 길 밖에 없다”고 했지만
나는 다시 오기 위해서 내려 간다.
(위) 두타산 정상
(위) 두타산 정상에서 청옥산 방향을 본 조망
가파른 하산길의 적송
집결지인 무릉계곡 관리 사무소까지 6km, 거리는 만만 하지만 급경사라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집결시간인 1700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리 만만한 길이 아니다.
전날 비가 왔는지 길이 젖어 있어 미끄러운데, 등산화에 닳아 드러난 나무 뿌리를
밝으면 몹시 미끄러워 한발 한발 조심하여 하산 했다
댓재에서 정상까지는 단풍이 절정에 달했던 반면 동해 방향으로의 하산길은 하산 초엽의
높은산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직 단풍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정상에서 두타산성 까지 내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아름드리 적송들이었다
아름드리 굵기의 붉은 소나무 줄기가 굽지 않고 곧게 뻗어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기상을 나는 좋아 한다.
금강송이라고도 하고 봉화 춘양에서 많이 난다고 해서 춘양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경북과 강원도에서 군락하는 이나무는 남대문 중건시에 어명이요 라고 외치며
벤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송은 일본에서는 자라지 않아, 일본의 대표적인 국보인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적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백제에서 제작되어서 건네진
것이라는 것을 추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도 했다.
하산길의 시야는 여전히 좋지 않은데 오후의 따사로운 햇빛이 산안개를 살짝 걷어낼때면
청옥산 산허리를 조망하고 두타와 청옥사이에서 흘러 내리는 무릉계곡 상류의 울긋
불긋한 산색에 취해 보기도 했다.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를 벗삼아 걸음을 재촉 하였다.
(위) 아름드리 적송들
(위) 하산길의 아름드리 나무들
두타산성 부근의 조망
가파른 길을 조심스레 내려와서 깔딱고개 입구에 도착하니 1535경이었고 정상으로부터
약 1시간 40분의 힘든 하산길이었다. 여기서 절경을 조망할수 있는 대궐터 ,산성12폭포
두타산성터가 연이어 있는데 깔닥고개에서 20분거리로서 지척이다. 이부근은 푸른 숲과
빼어난 암봉이 어우러진 절경의 연속이다. 무릉계곡입구에서부터 올라온 등산객들이
산성12폭포, 거북 바위, 산성터에서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고 붐볐다. 우리 일행도 바위에
걸터 앉아 주변 경치를 조망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휴식하는 여유를 한참이나
부렸다.
산성12폭포는 물이 많지 않아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물줄기와 기암괴석이 어우르진
경치가 일품이라 B코스를 택하지 않아 용추 폭포를 보지 못한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타산성에 이르러 신선봉을 조망해보니 계곡과 암봉이 만들어 낸 절벽, 숲이 한폭의
동양화 처럼 펼쳐 진다. 댓재에서부터 정상까지의 두타산이 부드러운 육산이라면,
무릉계곡 방향의 하산길은 가파르고, 骨山의 암릉미와 계곡 경치도 즐길수 있는
아기 자기한 재미가 있다.
무릉계곡에서 신선봉으로 가는 갈림길인 허공다리에 이르러 용추폭포와 쌍폭 방향으로
올라가는계곡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폭포 까지 30분이면 족히 왕복할 거리인데
시간이 없음을 한탄할 수 밖에.
(위) 산성 12폭포
(위)두타산성에서 바라본 신선봉 부근의 계곡과 바위
(위) 거북바위 부근
(위) 갈림길에서본 용추 폭포쪽 계곡
무릉계곡
학소대에 이르러 보니 과연 학이 둥지를 틀만한 기암 절벽인데 인공으로 만든
학 두마리를 세워 놓은 것이 눈에 거슬렸다.
옛 시인은 “학이 떠난지 이미 오래 되어 대(臺)는 비었네” 라고 노래 했건만 거북
바위에 거북을 만들어 얹어 놓은 격이다. 상상의 여백이 없어 짐을 탓해 무엇하랴.
안목이 그것 밖에 안되는 것을.
도연명이 ‘한 어부가 들어 갔다가 나온 이후에 아무도 무릉 도원을 찾지 못했다’고
한 이후에 수많은 시인 묵객이 무릉 선계를 노래하고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을 얻은 곳이
많은 것은 상상의 여백이 준 선물이리라.
학소대를 지나면 수백명이 앉을수 있는 너럭바위가 있는데 그 유명한 무릉반석이다.
넓고 평평한 바위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계곡 양옆의 높이 솟은 바위와 숲이 멋들어
지게 어울려 있는데, 옛 선비들이 모여 詩會를 열고 풍류를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곳이
어디 있으랴!
무릉반석에는 옛 시인 묵객들의 시가 刻字 되어 있고 특히 매월당의 시가 새겨져
있다고 해서 이리 저리 둘러 보았으나 ,저 마다 이름을 새긴 글씨들만 눈에 들어 올뿐
찾지를 못하였다.
무릉반석의 상징물과도 같은 영조때의 玉壺居士 정하언이 썼다고 전해지는 “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 열두 글자는 겨우 찾아 보았다. 명필이 쓴 명문(銘文)은 바위의
품격을 높여 주지만 , 張三李四가 저마다 새긴 이름자는 낙서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무릉반석을 지나면 옥호거사의 글씨를 模刻한 것 옆에 해설판이 하나 있는데
그 해설이 내생각과는 좀 다르다.해설판은 이 열두 글자의 뜻에 대한 해석은 없고
“무릉선원은 도교 사상을 중대 천석은 불교 또는 유교사상을 두타 동천은 불교 사상”
을 나타낸다고 쓰여 있다.
무릉선원이야 이곳이 도교에서 상상하는 무릉도원 같은 仙界이고, 中臺는 이곳 지명이
무릉 중대 계곡이고 泉石은 물과 바위이니 무릉 중대 계곡의 경치라는 뜻이 아닐까?
頭陀洞天은 두타산은 신선이 사는곳 이라는 의미이니 그냥 두타산의 경치를 찬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하기야 두타는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수행한다는 범어 dhuta를
음역한것이고 중대는 중국 불교성지 오대산의 중대에서 따온 지명이라고 본다면
불교적이라고 갖다 붙이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무슨 사상을 논한
것이 아니라 옥호거사가 무릉중대계곡과 두타산의 경치에 반하여 여기가 仙界라고
읊은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릉반석을 지나면 금란정이라는 자그만 정자가 있는데 규모가 아담한 것이 주위와
잘 어우러지고 현판과 금란계 100주년 기념비의 전서체 글씨도 아름답다. 금란정옆에
최인희의 낙조라는 시비가 있고 읽어 보니 깊은 울림이 있었다.
삼화사를 본둥 만둥 지나쳐 산행의 종점인 무릉계곡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집합 약속
시간인 1700시 정각이다. 항공사 출신들 답게 전원 ON TIME이었다. 댓재에서
두타산 정상-두타산성-무릉계곡-주차장 까지 휴식과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총 6시간을
선계에 머물다 속계로 내려 왔다.
(위) 학소대
(위) 무릉반석
낙조/최인희
골 따라 산길 더듬어 오르면
더불어 벗할 친구도 없고
묵묵히 세월 지키는 느티나무
운무 서렸다 흩어진 바위 아래
은은히 흔들리는 범종소리
백석 씻는 시낼랑 뒤로 흘려보내고
고개 너머 낡은 단청 산문은 트였는데
천년 묵은 기왓장도
푸르른 채 어둡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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