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국내여행

지리산 화대 종주 산행기(2014.6.14-15일)

낙산유정 2019. 7. 3. 17:52

 

(2014년 6월 작성했던 산행기를 2019년 7월에  BLOG에 옮겨놓은 글이다)
기간 : 2014년 6월 14-15일 1박 2일
누구랑 :  조영우 혼자
산행 첫날 : 화엄사-노고단-세석산장(일박) 약 28km
둘째날 : 세석산장-천왕봉-중봉-대원사 약 16km

산행전.

 
작년 5월말에 이어 또다시 화대 종주 산행이다. 세석평전과 주릉선에 피어 있던 산철쭉의 수수한 아름다움과 벽소령을 비추던

교교한 푸른 달빛을 잊지 못해 올해도 5월에 지리산행을 욕심 내었으나, 철쭉이 때이르게 지고 산장도 예약이 안되어 5월 산행은 포기 하였다. 이번에 다행히 산장 예약이 되었고 천왕봉에서 무제체기 폭포까지의 장쾌한 조망도 다시 보고자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대원사로 하산하는 길고긴 화대 종주를 결심하게 되었다
종주 산행은 체력도 중요하지만 배낭 무게를 줄이는 것이 요체다. 무게를 줄이기위해 모든 것을 최소화 했으나, 한국 사람인

내가 어찌국물있는 음식과 소주 한잔을 하지 않을수 있으랴 .저녘에 먹을 소주 한병과 안주로 삶은 돼지 고기,찌개를 끓이기

위해 김치와 기타 반찬류를 넣고 보니 배낭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화엄사 계곡 산행

 

 

 

영등포발 2253분 열차는 반 정도가 지리산행 등산객 들이다. 모조리 성삼재로가고 화엄사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나혼자였다

보름달은 장중한 화엄 종찰을 비추어 고요한  절집 지붕의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데 물이 불어난 화엄 계곡의 힘찬 물소리가 오히려

산사의  적막함을 더해주는듯 하였다.계곡의 물소리를 동무 삼아 새벽 4시 화엄사를 출발한지 40 정도 지나니 어슴프레하게 계곡과 

능선의 윤곽이 보였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계곡을 내려다 보니, 달빛에 반사된 계류(溪流)마치 명주 실타래를 풀어 놓은것처럼

구불 구불하게 은색으로 빛났다.

 

교교한 달빛이 반사된 은색의 계류와 물소리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는 능선의 실루엣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외로운 산객이 物心 一如 

아니 山我 一如의 경지를 느꼈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일까?

 

대학 시절 불렀던 산노래의 한구절인 “달빛에 걸어 가는 계곡의 여운을”흥얼거려 보았다.

 

 

노고 운해

 

화엄사 출발한지 3시간이 못된 0650경 노고단 아래 도착해 보니 날씨가 좋아 부근 山群들이 일망무제로 보이지만 아직 옅은 구름만 보이고 운해는 보이지 않았다노고단과 피아골 삼거리 중간 지점에서 뒤를 돌아 보니 오호라 꿈에도 그리던 노고단 운해가 보였다.  지리산 십경중 

2경이라는 노고 운해를 보았으니 이번 산행의 본전은 이미 뽑은 것이나 진배 없다. 선경에서 감탄사 이외에 무슨 말을 할수 있으랴걸음을 멈추어 사방의 산군을 조망하고 산허리 아래를 휘감는 구름바다에 넋을 잃었다. 이번 산행에서는 구간별 산행 시간을 기록 하지 않기로했다. 세석까지 1900에만 도착 하면 되니까 무척 여유가 있었다. 쉬엄 쉬엄 가다가 경관에 마음껏 취해 보리라...

임걸령의 물맛

 

피아골 삼거리를 지날 때 직전 마을 몇 km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피아골 이라는 지명에서는 조정래가 태백산맥에서 “피아골 단풍이 그리도

핏빛으로 고운 것은 그 골짜기에서 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영혼이 그렇게 피어난 것” 이라고 했듯이 6.25때의 피어린 전투가 연상이 된다.

실제 지명은 구황작물인 피를 많이 키웠다는 피밭골에서 유래된 것이 분명하고,그래서 마을의 한자 표기도 기장(), 밭전자를 

직전(稷田) 마을이다. 이번 가을 안사람과 동행하여  옛날 조남명 선생이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마저 붉어라”고노래한 피아골 단풍을 구경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에서 준비해 간 빵으로 아침을 먹고 샘물을 마시니 과연 물맛이천하 제일이었다. 뒤 따라 오던 아가씨들이 

임걸령에서 쉬고 있던 젊은 등산객들에게 샘물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20미터 내려 가면 샘물이 있는데 물맛이

천하 일미라고  안내하니, 이친구들 그제서야 수통을 들고 물뜨러 간다고 난리였다.샘터를 모르고 지리산에 온 젊은 산객들의 준비 부족이 한심했다.


임걸령에서 본 운해

 

 

 

 

게으른자 반야봉을 지나치다. 

 

임걸령을 지나 반야봉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반야봉 왕복에 채 한시간이걸리지 지만  오늘은 갈길이 머니 다음에 들리자는

핑계에 반야봉을 지나쳤다.게으른자에게는 오늘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악마의 속삭임이 잘 먹히는 법이다.

해발 1730m의 반야봉은 지리 주릉선상의 제 2봉이고 반야 낙조는 지리산 십경중 하나이다. 반야봉에서 천왕봉쪽을 바라 보거나 서북능선

조망이 천하일경 인데 게으른자는 작년, 올초에 이어 다시 한번 다음 기회로 등정을 미루었다

삼도봉에 이르러 휴식을 취하고 주변을 둘러 보는 여유를 가졌다.

(아래)삼도봉에서의 조망

 

 

연하천에서의 점심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 대피소에서 떡국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지리산 종주 산행이 설악 서북 능선 보다 쉬운 것은 산세가

유순한 면도 있지만 곳곳에 물이 있다는 점이다. 연하천은  샘물의 수량도 풍부하고 물맛도 좋아 화대 종주 산행에서 점심 취사장소로

제격이다.산장에는 이원규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마지막구절을 새긴 詩木이 걸려있다.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앞구절이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곳이던 아무렇게나 오시라고 했으니 오라는 것인지 오지 말라는 것인지? 

 

碧宵嶺에서

작년 5월 산행때 달빛속에서 걸었던 벽소령의 푸르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벽소령의 달은 처연히 빛나 오히려 푸른 빛을 발하는데

빛이 어우러진 벽소령을 넘어 보면  푸른밤이라는 뜻인 벽소라 지명의 느낌을 알게 된다.

달빛이 교교한 벽소령이 처연푸른밤이라면 녹음이 발하는 찬란한 빛을 띠는 낮의 벽소령은 계곡에서 올라 오는 짙푸른 녹색의 향기가

느껴 진다. 벽소령에 도착해보니 대략 오후 2시경이었고 신발을 벗고 지친 다리를 잠시 쉬었다.

 

(아래)벽소령 산장 부근

 

 

 

세석 산장

 

벽소령에서 조금  쉰후 덕평봉 칠선봉을 거쳐 세석으로 향하였다. 벽소령-세석 구간은 약 6.6km로서 주릉 종주 구간중 가장 힘이 든다.

이구간은 UP DOWN이 심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화엄사 출발하여 벽소령 까지 약 21km 산행한후라 다리가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들었다

지친 다리를 끌고 세석에 도착하여 여장을 푸니 대략 1730경이었다. 첫날 산행 28km, 휴식 및 취사 시간 포함하여 약 13시간 30분이 걸렸다.

장터목에 일박하기 위해서는 1700이전에 세석을 통과 해야 하는데, 가능은 하되 여유 없이 줄기 차게 걸어야 한다.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기기

위해 세석에서 하룻밤을 묵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치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이고 밑반찬을 곁들여 저녁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삶은 돼지 고기를 안주로 소주를 한잔하니 천하의 성찬이 따로 없었다. 

 

(아래)덕평봉 부근에 피어있는 산목련

 

(아래)세석산장 부근에서 뒤돌아본 지리산 주릉선

 

 

산행 둘째날

 

장터목 까지 달빛 산행

 

당초 세석산장을 새벽 2시 20분경 출발하여 천왕봉에 5시경 도착하여 일출을 볼 계획 이었으나 옆사람 코고는 소리에 2-3번 잠을 깨다가

잠들다 하다보니 4시 조금 넘어 세석을 출발하게 되었다.올초 겨울 산행때는 동행했던 산우의 신발을 누가 가져가는 바람에 천왕 일출을

못 보았고, 이날은 잠을 설치다 보니늦게 출발하여 일출을 못 보게 되었으니,아직은 공덕이 부족한가 보다. 

4시10분경 산장을 나서니 같이 출발하는 일행이 있었다. 대학생 아들과 중년의 아버지가 동행하는 부자 산행인데 연하천에서부터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 사람들이라 반가웠다.

보름달은 높이 떠서 산릉을 비추어 어슴푸레하고도  몽환적인 실루엣을 만들어 내었다. 만월이 만들어낸 고목의 그림자와 능선의 실루엣

눈에만 넣어둘뿐  휴대 전화 카메라로는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다.

촛대봉을 지나 연하봉 가는길에 (4시50분경) 먼동이 터오고 붉은 햇빛이 동녁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하는데 이 또한 정상에서의 일출 못지

않은 장관이었다. 

연하봉을 거쳐 06시가 못되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는데, 원래 저녘노을의 연하봉이 지리산 십경의 하나인데(연하선경), 고사목들이 여명의

어슴푸레한 빛과 어울어진 새벽의 연하봉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있어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아래, 지리산의 여명, 촛대봉-연하봉 사이)

 

 

(아래) 동틀무렵의 연하봉

 

(아래)새벽에 속살을 드러낸 지리산(연하봉-장터목 산장 구간)

 

 

 

 

천왕봉에서 .

 

 

장터목에서 휴식후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에 오르니 대략 7시경 이었다. 제석봉부근에서 아침 햇살을 받은 노고단 방향의 장대한

지리 주릉을 조망해보니 절경에 취하기도 했지만 내가 어찌 저 먼길을 걸어 왔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고단이 아득히 멀리 보였다. 

천왕봉에 올라 정상 인증을 하고 지리 주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실 정상석 부근의 사진은 인증하는 목적이외는 배경이 별 볼것이

없어서, 나는 장쾌한 지리 주릉을 배경으로 사진 남기기를 즐겨 한다. 

다행히 날이 맑아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이 아스라히 보이고 좌측 방향으로 멀리 왕시루봉도 보였다 

천왕봉의 높이에 오척 단구를 더하고 앞을 보니 만학 천봉이 발밑에 있었다. 이밖에 또 무엇을 바라랴.

 

                      (아래) 천왕봉 인증샷

(아래) 천왕봉에서 노고단방향 주능선을 배경으로

 

 

 

 

 

머나먼 하산길.

 

천왕봉의 이정표는 대원사 까지 11.7km를 가리킨다. 멀고도 험한 하산길이다. 특히 천왕봉-중봉-써래봉-치밭목까지의 4km 코스는 급경사의

 UP DOWN이 계속되는 구간으로 말이 하산길이지 실제로는 또다른 등산의 시작이었다..

지친 다리를 끌고 중봉을 힘들게 오르니 해발 1870m의 준봉이건만 산정에 그흔한 정상석 조차 없고 이정표만이 여기가 중봉임을 

알려 줄뿐이다.

일등만을 기억하는 세간의 인심이 산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중봉의 잘못은 천왕봉 옆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일뿐 산세의 차이는 크게 없다.

새벽산행을 한 탓인지 중봉을 내려 오니 몹시 배가 고팠다. 비상 식량으로 가져온 미싯 가루를 한통 물에 타서 마시니 시장기가 가시고 힘이

났다. 머나먼 하산길을 걸을려면 중간 중간에 캬라멜, 과일, 과자등 간식을 틈틈이 먹어 두어야 견딜수 있다.

(아래) 천왕봉의 이정표.

 

 

 

(아래) 왼쪽은 천왕봉, 오른쪽은 중봉. 산세의 차이가 크게 없다

 

(아래) 중봉 정상. 이정표에 중봉이라고 쓰여있다

 

(아래) 중봉에서 본 전망

 

 

무제치기 폭포에서의 휴식.

 

치밭목 산장에서  식수를 보충 및 휴식을 취하고  무제치기 폭포에 이르니 대략 10시 30분 정도 되었다. 여기서 이른 점심을 먹고

40-50분 휴식을 취하니 장거리 산행의 피로가 어느정도 풀렸다. 무제치기 폭포는 치밭목 산장에서 약 1000m 떨어진 지점으로서

천왕봉 기점 약 5km 지점이다.

여기에 오면 하산길중 가장 힘든 구간은끝이나고 시원한 폭포수에 발을 담그고 너럭 바위에서 휴식할수 있는 천당 같은 곳이니,

천왕봉에서는 이폭포를 목표로 달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적이 없으니 웃통 벗고 팬티만 입은채로 쉬다가 알탕을 시도해 보았으나 2-3분이상 발을 담글수가 없을 정도로 물이 차가워 알탕은 포기하

탁족으로 만족 하였다.

아래 사진은 폭포의 상층부만 나온것으로, 실제 무제치기 폭포는 낙폭이 20m 정도되고 수량이 풍부해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폭포이다. 다만 하단부로 접근이 용이치 않은데 , 이번에 내려가서 구경은 했지만 폭포 전체를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다.

 

(아래) 무제치기 폭포 상단부.폭포 하단에서는 전체가 보이나 밑으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아래) 무제치기 폭포를 30분정도 지나서 본 대원사 방향의 조망

 

유평리 까지 마지막 하산길 6km.

 

무제치기 폭포로부터 유평리 까지 약 6km이니 아직도 하산길은 멀었다.마지막 2-3km 구간을 제외하고는 여진히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돌길이어서 발목이 피곤한 힘든 하산길이었다.

간간히 피어 있는 싸리꽃등 야생화로 눈요기를 하고 우렁찬 계곡 물소리를 벗삼아 하산길을 재촉했다.

 1410분경 대원사에 도착해서 인증 사진을 찍고 긴 산행을 종료 하였다. 

 

 

(아래) 조록 싸리꽃.주 능선에서부터 내내 이꽃을 보며 산행 했다

(아래) 대원사 도착 인증샷

 

산행후.

 

집에 돌아와 8시경 저녘을 먹는데 8시 뉴스에 곰이 벽소령 산장에 출현해 등산객의 침낭을 물어 뜯었다는 방송이 나왔다. 안사람이 놀라서

앞으로 다시는 지리산 종주산행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 아내 동의 없이 집을 나서기 어려우니 앞으로 화대 종주 산행은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65세 까지는 간간히 해보려는 꿈이 있었는데 곰이 문제다.

 

산행 첫날 화엄사-세석산장 28km산행.

산행 둘째날 세석산장-대원사.  18km산행 . 끝